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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아카데미 전부터 차기작 두 편 준비" 어떤 작품?

입력 2020-02-11 08:53 수정 2020-02-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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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아침& (06:57 ~ 08:30) / 진행 : 황남희


[앵커]

미국 영화가 아니어도 이제 누구든 어디서든 아카데미 최고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우리 영화 기생충, 시상식 뒷얘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나왔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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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목요일마다 나오셔서 개봉 영화를 항상 소개해 주시는데 오늘은 이 기생충 영화 아카데미상 최고상을 수상해서 오늘 나오셨습니다. 일단 좀 이렇게 하고 시작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너무 그러니까 저희들이 보기에도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아카데미 시상식 하면 보통 이제 미국 영화, 무슨 영화가 상을 받았다 이렇게 그 소식을 전하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말이 나오는 우리 영화감독의 우리 영화가 호명이 되고 관객 그 앞에는 톰 행크스, 키아누 리브스 이런 사람들이 앉아서 박수를 치고 하니까 굉장히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감독들도 좀 얼굴이 상기돼 있는 그런 모습이었어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많은 사람들이 어제 그 상 장면을 보고 대개 첫 번째 평가가 뭐냐 하면 비현실적이다, 컴퓨터그래픽 아니냐. 지금 저렇게 보는 무대는 우리가 늘상 봐왔던 아카데미 시상식 맞는데 갑자기 한국인이 등장하고 한국인 등장보다 더 낯설었던 건 한국어 수상소감이 퍼져서 저 말은 무슨 말이지라고 하면서 영어 사용자들이 그다음 번역을 귀기울이고 듣는 장면이 있으니까 너무 비현실적이죠. 왜 봉준호 감독이 뉴욕에서 영화를 볼 때 쥐가 지나가는 장면들을 보고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자기는 그걸 행운의 표시로 여겼대요. 그런 것처럼 역시 비현실적이다라는 영화적 용어를 굉장히 자주 사용하는 봉준호 감독이니만큼 우리한테 아주 정말 놀랄 만한 비현실적인 사건을 현실로 만들어냈습니다.]

[앵커]

지금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극찬을 하고 있어요.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기생충을 보지 못했다면 바로 나가서 보면 된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서 일종의 기생충 현상을 지금 만들어내고 있다. 여파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그럼요. 과거에 와호장룡만 하더라도 우리가 수입된 영화를 볼 때 와호장룡 현상이란다, 그리고 이게 화제가 됐다더라라고 카더라 통신을 많이 들으면서 봤는데 바로 그 주인공이 한국 영화가 됐다라고 일단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와호장룡 같은 영화들하고 다른 게 또 아주 동양 영화 하면 떠오르는 그런 전통적이고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그들이 봤을 때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지금 어딘가에 한국 서울 어딘가에 살고 있을 누군가의 아주 평범한 삶이 영화로 표출이 되었는데 이 동시대적 문제를 완전히 언어도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르고 심지어 우리 왜 집 구조도 보면 뉴욕의 아파트와 이곳은 다르고 그리고 뉴욕의 빈민가옥이 여기는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공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영화라는 공통 언어의 정말 가능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입증한 사례로 지금 여겨지고 있습니다.]
 
  • 작품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감독상 수상


[앵커]

그러니까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정말 영화의 힘이라는 게 대단하구나. 한국의 지하공간에서 일어나는 그 일을 이렇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감을 해 주고 아카데미상의 최고상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그러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오래된 말이 있는 것처럼 물론 번역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번역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많은 부분들 있잖아요. 가령 짜파구리라든가 이런 것들도 등장하고 뭐 여러 가지 상황들이 화면을 보면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게 사실 영화의 힘입니다. 이미지를 통해서 이건 이런 거구나, 실제로 저런 집이 있는지에 대한 어떤 사실적인 추정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저런 느낌은 이런 거겠다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는 것을 직관적으로 딱 전달해 주는데 가령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저 네 가족의 풍경 같은 겁니다. 와이파이를 쫓아다니는 저런 것들은 어쩐지 제가 뉴욕이나 LA에서도 할 수 있을 만한 행동인데 반지하방은 너무나 한국적인 거죠. 이 두 가지가 결합됨으로써 와이파이를 쫓아다니는 저곳 희한하고 하지만 공감이 간다. 이렇게 비언어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 그리고 영화적인 것과 영화적이지 않은 것을 아주 절묘하게 섞어내는 건 봉준호 감독의 타고난 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기생충, 비영어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앵커]

그러니까 언어의 장벽을 그야말로 넘어서서 공감을 이제 이끌어낸 건데 앞에 얘기한 포스터에 이 표시 있잖아요. 그것도 각국마다 또 다르게 해석도 하고 여러 해석도 나오고. 그러니까 그런 힘이 이 영화는 좀 있는 것 같아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저는 그건 질문하라고 일부러 여기다가 선을 그어놨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질문의 선이라는 거세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맞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그 포스터를 보면 되게 한번 한마디씩 하게 돼요. 이 라인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여기 누워 있는 발은 누구 발일까. 그 궁금증을 단순히 겉멋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이건 뭘까라는 아주 건전한 호기심으로 끝까지 밀고나가는 게 봉준호 감독 영화의 힘이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질문할 때 사실 이것 하나뿐만 아닙니다. 정말 다양하게. 저 수석은 무슨 의미이고 계획은 무슨 계획일까. 그리고 여기서 선이라는 건 뭘까. 끊임없이 계속해서 질문을 하게 만드는데 그 질문이 유쾌한 영화적 체험으로 녹아난다는 거고 저희는 한국인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질문을 세계인들도 그 질문을 하고 싶어하고 그 질문에 나온 것을 영화에서 찾고 싶어하는구나를 이번에 아카데미 수상에서 또 한번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봉준호 감독의 센스가 또 한 번 수상소감에 나왔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얘기하면서 호명을 하니까 굉장히 그 감독이 막 감동한 모습, 거의 울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잖아요. 그것도 참 봉준호 감독의 힘이에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저는 봉준호 감독의 이번 아카데미 캠페인을 보면서 굉장히 준비된 봉준호 감독에게 계획이 다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 봉준호,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경의 표해


[앵커]

미리 준비가 철저히 돼 있다고 평론가께서 보세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그럼요, 지금 얘기하고 있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바로 그 말도 어떤 창작력이라는 게 굉장히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한다라는 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마틴 스코세이지가 아마도 같이 작품상과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순간부터 마틴 스코세이지에 대해서 헌사를 혹시 하고 싶은 혹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온 거지 제 생각으로는 단순히 돌발적이고 돌출적인 발언은 아닌데 게다가 지금 중복된 수상소감이 없습니다. 이렇게 긴 레이스 중에서. 그때그때마다 이 영화들에 놓여진 선입견을 부드럽고 유머러스하지만 아주 촌철살인의 수상소감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격파해 왔는데요. 마지막은 존경의 언어로 끝냈다. 봉준호 감독은 역시 계획이 있는 감독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봉준호 감독이 얘기했잖아요. 그 수상소감이 워낙 화제가 되니까 어떻게 그런 주옥같은 수상소감을 하느냐 했더니 옆에 번역가가 있어서 한 문장만 일단 던져놓으면 번역하는 동안 다음 문장을 생각하고 하면 된다고 했는데 약간 그거는 좀 이렇게 몸을 사리면서 미리 좀 준비는 다 했다는 뜻이죠?

[강유정/ 영화평론가: 저는 그 준비라는 게 대단히 뭐 미리 수상소감을 써놓는 이런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어떤 식의 대답을 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굉장히 그 말은 아주 성숙하고 이런 수상소감이야말로 영원히 남을 만한 명스피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겸허하지만 공격적이고 그리고 중요한 문제들은 짚으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 그 듣는 사람이 이걸 돌아보게 만드는 저는 이 봉준호 스피치도 한번 주목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봤습니다.]

[앵커]

봉준호 스피치. 워낙 큰 의미를 봉준호 감독이 소감마다 던져주니까요. 시상과 함께 지금 수상소감까지도 지금 화제가 되고 있어서 그 부분도 한번 짚어본 건데 봉준호 감독이 어제 상을 받고 이런 얘기를 했어요. 국제영화상도 받으면서 최고상까지 어떻게 받는 이런 일까지 일어날 수 있느냐 하니까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 지금부터 이제 일단은 즐기고 지금부터 생각을 해 보겠다. 참 오랜만의 좋은 사태예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맞아요.] 
 
  • 봉준호 "아카데미 전부터 차기작 두 편 준비"


[앵커]

밤 사이에 많은 생각을 봉준호 감독이 이제 하면서 아마 앞으로를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요? 아시지는 않겠지만. 

[강유정/ 영화평론가: 아마 어제는 즐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요즘 워낙에 우리가 감염병 때문에 굉장히 힘든 시기지만 좋은 의미의 영화라는 매체가 굉장히 감염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국경, 인종을 다 넘어서서 언어가 갖고 있는 힘이 있거든요. 차기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 보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하나는 한국어로 된 작품, 하나는 영어로 된 작품이라 구분을 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별 거 아닌 것처럼 얘기를 했지만 하나는 되게 폭력적 사태에 대한 얘기를 한번 그려나가고 싶고 하나는 2016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고 여기에는 분명히 동양인이 출연할 것이다라고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약간 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기는 있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이렇게 다 사회적인 문제를 딱 발견한 다음 영화적 소재로 잡고 언제나 이걸 확장해 나가는 게 봉준호 감독입니다. 이번에 기생충 역시도 아주 먼 옛날 학창시절 과외했던 기억, 거기서 좀 독특하다, 이 친구네 집에 사우나가 있는데 묘하네. 이 기억을 가지고 간직하고 있다가 영화적으로 부풀려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기생충이거든요. 바로 그런 점에서 이제는 그런 생각을 꾸준히 저는 하던 대로 하지만 좀 더 영화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어떤 영화적 주체들과 제작자들, 투자자들을 만나서 좀 영화에 날개를 더 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어떤 점에서 이미 세계적 감독이지만 한국을 벗어난 작업을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짐작도 하게 됩니다.]

[앵커]

그동안 이제 이 아카데미상을 받기 전에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어떤 장르가 아니라 그냥 봉준호 감독의 그냥 장르다 이런 얘기가 많이 나왔었잖아요. 계속 추구가 되겠죠, 그런 식으로.

[강유정/ 영화평론가: 봉준호 감독은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나서는 이것을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유형의 그런 예술가입니다. 답을 정해 놓고 답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 이게 좀 궁금한데 같이 궁금하자라고 해서 그 질문을 같이 끌고 가는 감독이거든요.]

[앵커]

그래서 시작은 개인적인 일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일부터 시작한다고 얘기했잖아요.

[강유정/ 영화평론가: 그것도 저는 계획이 있다라고 보는 겁니다. 왜 마틴 스코세이지 그 얘기에서 가져왔을까. 굉장히 개인적인 문제가 창조적인 문제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게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동시대적인 문제가 되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개인의 체험이었던 과외경험이 지금 몇십 년이 지나서 전 세계적인 문제, 양극화 문제와 결국 결부된다라는 것. 이것은 뛰어난 관찰력을 가진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적인 감각과 그리고 그만의 특유한 영어적인 풀이 해법이 결국은 빛을 보게 된 것이고요. 앞으로 국제적인 감독으로서 얼마나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다양한 영화를 만들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제약이 있었던 어떤 외국의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어떤 예술감독이 이제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어떤 영화를 찍게 될지 좀 기대해 보겠습니다.]

[앵커]

그 화려한 앞으로 수식이 붙을 거 아니에요. 하지만 거기에 갇히지 않고 또 자신만의 그 세계를 꿋꿋이 갈 거라는 봉준호 감독의.

[강유정/ 영화평론가: 봉준호 감독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기생충, 4관왕 쾌거…'변화' 선택한 아카데미


[앵커]

믿음이 크고 마지막으로 아카데미도 달라질 겁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아카데미 이미 달라졌죠. 그리고 제가 느낀 달라짐은 뭐였냐 하면 봉준호 감독이 유머러스하게 아카데미 로컬영화제 아니에요라는 말에 많은 반성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그래, 알고 보면 아카데미 우리 영어권 그리고 미국 영화에만 너무 관대했던 거 아니야? 그리고 전부 미국인들만 투표하고 미국인들만 보는 영화라고 했는데 이거 뭔가 세계적으로 영화를 수출하는 수출 중심국으로서 한편으로는 영화를 언제나 우리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게 우리가 너무 작았던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을 만들어내게 했다라는 건데 바로 그런 데서 아카데미는 사실 변했음을 이번에 보여줬고요. 앞으로도 좀 다른 의미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강유정 영화평론가였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 감사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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