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2년 아카데미상의 역사가 산산조각이 났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온 미국 뉴욕타임스의 반응입니다. 한국말로 한국의 문화를 담아낸 영화가 아카데미 감독상은 물론이고 각본상과 작품상까지 차지했으니, 정말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일입니다. '기생충'은 어떻게 언어의 벽, 자막의 한계를 넘어섰을까요.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Is it okay with you?"
- 영화 '기생충'
2시간 11분 영화 내내 영어 대사라곤 서너 마디, 기생충은 한국말로 풀어냈지만 가장 미국적인 시상식인 아카데미의 각본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한진원/작가 : 제 심장인 충무로 모든 영화 제작자들과 이야기꾼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낯선 한국의 말과 문화 그리고 미묘한 감성을 전 세계 사람들이 이해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어서 영어 작품이 몇 발이나 앞설 수밖에 없는 각본상의 문턱.
그러나 빈부 격차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유머로, 공포로, 비극으로 변주한 '기생충'은 강렬한 이야기의 힘으로 세계를 녹였습니다.
그 뼈대를 도운 세심한 자막까지 더해지자, 오히려 해외 팬들은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읽어내며 또 다른 재미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람동), 이 음식은 부자들이 먹는 음식은 아니죠. 한국에서는 두 브랜드를 합쳐 '짜파구리'라고 불러요.]
훌륭한 글, 그리고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은 건 영상 하나하나를 채운 세밀한 구성입니다.
해가 안 드는 지하실에 생선뼈를 매다는 장면까지 따로 계산하고 계획이 없는 인물을 그려내며, 화면 속 모든 것을 철저히 계획했던 봉준호 감독.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 영화 '기생충'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의 노력이 더해져 아카데미의 작품상까지 꿰찼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냥 영화가 아니라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기생충을 칭찬하며 "배우들이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건 아직도 아카데미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화면제공 : NEON·AMPAS)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