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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세금 부담에 '꽁꽁'…움츠러든 기부 문화

입력 2013-12-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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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도 돌아봐야 할 때인데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나눔의 손길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기부금에 대한 세금 부담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요.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31일) 긴급출동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같은 서울이지만 산중턱 비탈길에 있는 이곳은 도심보다 2도 이상 온도가 낮아 유난히 겨울 추위가 매섭습니다.

재개발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갈 곳 없이 남아있는 주민들은 연탄값조차 버거운 저소득층이 대부분.

봉사단체에서 나눠주는 연탄에 의지해 긴 겨울을 버텨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취재진이 만난 조병길 할아버지 역시 오갈 곳 없는 처지.

겨울이면 얼음장이 되는 낡은 집에서 42년 동안 살아오고 있습니다.

바람이 드는 곳은 전부 비닐을 덧대 막아놓았지만 집 안에서는 여전히 입김이 나옵니다.

[조병길/백사마을 주민 :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돼요. (추워요.) (연탄) 난로 하나 피고 지내는 거죠.]

한때는 다섯 가족이 모여살던 집, 하지만 이제는 할아버지 혼자 남았습니다.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으로 생활하는 할아버지에게 겨울은 유난히 추운 계절입니다.

연탄은 겨울을 이기는 유일한 난방 수단입니다.

[조병길/백사마을 주민 : 여기다 (냄비에) 물을 항상 넣어놔요. 이 뜨거운 물로 세수도 하고…. 이게 화장실이에요. 이게.]

제대로 씻을 곳도 없는 이곳에서 그나마 연탄이 있어, 따뜻한 물이라도 쓸 수 있습니다.

[조병길/백사마을 주민 : (할아버지 그러면 씻을 때는 어떻게 씻으세요?) 이거 (대야) 들여놓고 여기서 씻는 거죠. 뜨거운 물 가져다가 붓고 찬물 타가지고 여기에 이렇게 앉아서. 이렇게 앉아서, 이렇게. (엄청나게 추우시겠다.) 여기 문 (으로) 바람이 (들어와서) 대단히 춥죠.]

이런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늘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창고에 남아있는 연탄으로 불을 땔 수 있는 건 한 달여 남짓, 언제 연탄 지원이 끊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조병길/백사마을 주민 : 하루에 제대로 때려면 넉장 때야 하는데 하루에 석장씩 때는 거죠. 이것도 아까워요. 굉장히 아깝습니다. 진짜….]

하지만 할아버지는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조병길/백사마을 주민 : 세상에 인정이 메말랐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은 인심들이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죠.]

이처럼,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은 서울에만 5만여 가구.

하지만 이들에게 연탄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연탄은행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허기복/서울연탄은행 대표 : 원래 (연탄을) 쌓으면 여기서부터 저 위에까지 이렇게 쌓여야 하거든요? 연탄이 부족하면 어른들 걱정할까 봐 계단처럼 층층 쌓아서 꽉 찬 것처럼 보이려고 라도…. (작년엔 꽉 찼나요?) 작년엔 꽉 차고 지금 밖에 지게 있잖아요? 거기까지 차고 해서 꽉 차면 만장 정도인데 지금은 2,000장 정도밖에 안 됩니다.]

올해 지원에 필요한 연탄은 300만 장, 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수는 그 반도 되지 않습니다.

[허기복 /서울연탄은행 대표 : '연탄이 연탄이 아니고 금탄이다. 금탄을 줘서 고맙다' 그러면서 제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힐 때 참 마음이 숙연해지죠. 나머지 150만장을 잘 모아내는 작업들이 우리의 관건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복지단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75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대구의 한 아동 보호시설, 올해에는 작년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고 합니다.

[장경석/대구아동복지센터 사회복지사 : 후원자분들이나 아이들 찾는 자원봉사자분들인데, 최근에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후원마저 크게 줄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도현욱/대구아동복지센터 사무국장 : (겨울옷) 한벌, 두벌 가지고 (지냅니다.) 겨우 한 벌만 입다가, 한 벌 더 생기면 좋다고 겨우 갈아입고… 그런 거 보면 좀 안타깝긴 하죠.]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은 기부와 나눔의 손길. 전문가는 지난 1월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합니다.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기부금에 대한 세금혜택이 확실히 줄어들면서 아무래도 기부문화는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이렇게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부할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부금액에 제한이 생기면서 세금 혜택이 크게 줄어 기부심리가 위축되었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입니다. 기획재정부가 확정 발표한 2014년 세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기부가 더욱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기부금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환됨으로써 증세효과는 약 730억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그에 반하여 기부는 대폭 감소하여 약 1조 2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 예상됩니다.]

전문가는 바뀐 세법을 적용할 경우, 세수확보효과에 비해 기부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추가로 확보된 세수를 모두 복지예산으로 투입하더라도, 줄어든 기부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20년간 150억원 이상을 기부해온 이상춘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이상춘/고액기부자 : 저도 매우 부담스럽기는 합니다마는 그래도 지금 하는 대로 (기부를) 할 수 있지만 바뀐 세법을 적용한다고 하면은 약 80% 정도 세금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기부활동에 많은 위축이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적으로 세금부담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기부문화가 위축될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 (내부적으로는 시뮬레이션이라던가 그런 건 안 됐었나요?) (기부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그런 건 잘 모르지 않겠습니까? 곧 있으면 법안이 통과되지 않습니까? 내년에 시행해보면 그때 (결과를) 알 수 있겠죠.]

보건복지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통과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정부 기관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 고액기부자들에게 세법개정안의 향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아마 기획재정부에서는 세수확보에 대한 고려만 했었지, 기부 관련된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겨울 추위만큼이나 얼어붙은 기부와 나눔의 손길.

하지만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기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소외계층의 겨울은 더욱 얼어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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