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부를 할 때 물론 대학 입시제도에 맞춰서 공부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너무 자주 바뀌는 우리나라 대입 제도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20년 동안 17번 바꼈다고 합니다. 지난 9월에 교육부가 또 새로운 제도를 발표하면서 어학특기자 전형 부분이 축소되거나 폐지됐는데요, 이에 맞춰서 진학 전략을 짜온 학생들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오늘 긴급출동에서는 갈팡질팡하는 대입 제도의 문제점, 취재했습니다.
[기자]
내년 8월에 있을 대입 수시 전형을 준비해 온 고등학교 2학년 민유정 양.
통역사가 꿈인 민 양은 지난 3년간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대학 입학 역시 일본어 어학특기자 전형으로 준비해 왔습니다.
[민유정/어학특기자 전형 준비 수험생 : 중3 때부터 이렇게 어학특기자 전형이 있구나. 이걸로 대학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점수 같은 것도 공인시험 같은 거 많이 쌓아놓고….]
상위권 대학 어학특기자 전형기준을 만족할 만큼의 실력을 쌓아온 민 양.
그런데 최근 황당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다수 대학들이 내년도 입학전형에서 어학특기자 전형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유정/어학특기자 전형 준비 수험생 : 7개월 8개월도 안 남은 상태에서 갑자기 없앤다고 말을 하시니까 정말 저희 공부한 거는 다 완전히 무너지고….]
부모 역시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민병조/학부모 :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교육제도에 희생을 당해야 되는 친구들이 더 나온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취재진은 가장 먼저 어학특기자 수시전형을 폐지한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A 대학 관계자 : 교육부에서 내려온 방침에 따라서 그 시스템에 따라서 저희가 진행을 하는 거….]
올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년 대입제도에 따라 특기자 전형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교육부 관계자 : 대입전형 설정 권한이 대학의 장한테 있어요. 이번 특기자전형 폐지했었던 거는 대학들의 결정이고 (대학들의) 선택이었던 거에요. 강제성은 정말 없어요.]
그러나 대학관계자는 교육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B 대학 관계자 : 저희가 (재정이) 진짜 간당간당해요. 저희가 거기에서 찍혀서 만약에 재정지원 사업을 못 받게 되면 그건 저희한테 큰 피해기 때문에 교육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교육부와 대학.
학부모들은 답답한 마음에 교육부를 찾아 항의하기도 합니다.
[교육부 관계자 : (그러면 페널티를 가진 대학은 어떤, 불이익을 받아요?) (재정지원 평가) 총점에 대해서 감점이 되는 거죠. (그럼 교육부가 돈을 갖고 휘두르는 건 맞는 거네요?) 그렇죠. 그러니까 당연히. 그런 건데. (뭐가 '그렇죠' 에요? 그때는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2만여 명에 달하는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은 앞길이 막막합니다.
[현명희/학부모 : 교육부 직원분께서 왜 서울에 있는 대학만 생각하세요? 지방에 있는 대학 보내세요.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아주 무책임한 말이죠.]
[김윤혜/학부모 : 우리나라에서는 꿈을 꿀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외국으로 내몰리는 거죠.]
그렇다면 이런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될 학생들에 대한 고민은 있었던 것일까.
[교육부 관계자 : (피해자가 안 생기게 하는 쪽으로는 공청회에서 논의 자체가 안 됐다는 말씀이시죠?) 네, 여기는 문제 제기가 별로 없이… (피해자가) 없다고 오히려 인정되는 거 같더라고요.]
전문가는 이렇게 일방적인 대입 제도를 비판합니다.
[이성권/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 : 지금까지 정권이 바뀌면 늘 교육정책에 관한 여러 가지 변화들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정책담당자들에 의해서 결국 일방적으로 결정돼서 제시되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거죠.]
갑작스럽게 뒤바뀌는 대입 제도.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지는 상황은 지금껏 수차례 반복돼 왔습니다.
최근 20년간 대입 제도가 17번이나 변해왔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대입 제도를 최소한 3년 전에 예고하겠다는 '3년 예고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관련법조차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이성권/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 : 이런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성급히 바뀐 대입 제도의 모든 문제점을 수험생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겁니다.
[박유민/어학특기자 전형 준비 수험생 :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수능 준비하는 학생으로 치자면 8개월 동안 수능을 폐지해버리고 우리처럼 어학특기자처럼 외국어로 (대학) 가라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소영/어학특기자 전형 준비 수험생 : 저는? 이제까지 준비한 것들 다 헛고생이잖아요. 진짜… 답이 없잖아요.]
수험생과 교육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부와 대학의 잣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대입 제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대입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