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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수입산에 밀려서 김 팍 새는 국산맥주

입력 2012-07-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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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들어 수입 맥주는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는데 국산 맥주 소비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철옹성을 쌓아온 국산 맥주가 왜 이런 상황을 맞았는지, 저희 산업부 기자들이 리포트 준비했습니다.

[기자]

회사원 김윤경 씨가 준비한 집들이 풍경입니다.

둘러앉은 식탁 위엔 국산 대신 수입 맥주가 종류별로 놓여있습니다.

[김윤경/서울 수유동 : 요즘 친구들 모임이나 가족 모임에서 수입맥주를 자주 마시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

최근 들어 수입 맥주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엔 갖가지 종류의 수입 맥주가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김형민/대형마트 주류 담당 : 전화로 특정 맥주가 있는지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입 맥주 소비가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수입 맥주 판매는 30%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산 맥주는 6%나 떨어졌습니다.

최근 3년새 외국산 맥주 수입액 규모는 60% 가까이 증가하면서 우리 안방시장을 빠르게 파고 들고 있습니다.

수입맥주의 올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6% 수준.

하지만 팽창 속도가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안방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기중/'맥주수첩' 저자 (전남대 교수) : 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들, 또 젊은 층이 많이 마시잖아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고 몇년 동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수입 맥주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뭘까.

[김민성/서울 중구 : (수입 맥주가) 더 맛있습니다. 기존의 국내 맥주에 없던 맛이에요.]

한 수입 맥주 업체의 생맥주 보관 장치입니다.

급속 냉동이 아닌 맥주통 자체를 냉장 보관해 맛을 보존합니다.

[정혜린/수입 맥주 업체 과장 : 소비자들이 상당히 맛에 민감하시거든요.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고 최상의 청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수입 맥주 전문점. 120여 가지에 달하는 맥주를 맛볼 수 있어 손님들이 몰립니다.

[최성우/서울 혜화동 : 찾아서 하나씩 하나씩 마셔보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맥주의 기원은 기원전 4천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단순히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수백 년을 이어온 다양한 수입 맥주 브랜드의 문화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박진형/수입 맥주 업체 상무 : 맥주가 가지고 있는, 추구하고 있는 역사와 깊이 이런 것들을 즐기시는 경향이….]

유럽에 이어 미국과의 FTA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수입 맥주는 가격 인하 효과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일본과도 FTA가 체결되면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 잠식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렇게 수입 맥주의 인기가 고공행진이면 결국 국산 맥,주 설땅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스튜디오에 산업부 김소현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아무래도 맛에서 문제되는 것 아닐까요?

[김소현/기자 : 네. 수입맥주 인기가 급격히 높아진 것은 국산맥주의 품질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맛과 풍미를 원하는 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보다 여기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주류업체들을 보면 그런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국내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수입 맥주 물류 창고를 다녀왔습니다. 맥주를 실어나르는 손길이 분주했습니다. 올 들어 이곳의 출하량은 30%가 늘어났습니다. 국내 주류업체들은 하나같이 해외 브랜드 맥주를 수입해 상당한 고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일본 브랜드인 아사히와 기린은 국내 기업들이 수입해 팔고 있고, 미국의 버드와이저와 벨기에의 호가든은 OB맥주에서 제조법을 받아 아예 국내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앵커]

국내 기업들이 외국산 맥주 수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겁니까?

[김소현/기자 : 국산 맥주를 제조해서 얻게되는 유통 마진율은 10%대입니다. 반면 수입 맥주는 무려 90%에 달합니다. 국산맥주의 9배나 되는 셈인데요. 외국산 맥주 수입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헌배/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 (수입 맥주는) 수익성이 높다. (때문에) 자기들이 생산하는 맥주보다는 수입 맥주에 상당한 관심을….]

[앵커]

그동안 국산 맥주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것도 문제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김소현/기자 :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이 독과점 구조인 것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맥주 시장은 높은 진입규제 때문에 하이트와 오비맥주 두 회사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해 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 그런 움직임이 있습니까?

[김소현/기자 : 네. 그동안은 500ml 기준 370만병 이상 시설이 있어야 맥주 제조·판매가 가능했었는데 지난해 주세법을 개정해 20만병 이상 시설만 갖추면 가능하도록 완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물과 보리를 사용한 '제주 맥주' 사업을 제주개발공사가 준비 중이고, 올해 초 맥주사업 진출을 공식선언한 롯데주류도 이달 초 충주에서 공장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네, 국내 업체들이 품질을 높이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서 우리 소비자들도 다양한 맛의 맥주를 값싸게 즐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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