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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친인척에 2000억 보험 몰아주기…'묵묵부답' CJ

입력 2017-10-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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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친인척에 2000억 보험 몰아주기…'묵묵부답' CJ


CJ그룹이 손경식 CJ 회장의 5촌 친인척이 운영하는 보험대리점에 20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즉각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역시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자동차 보험을 들고, 생명보험에 가입하듯이 기업도 이런저런 보험 들 일이 많습니다. 건물과 설비에 대한 화재보험, 법인 차량에 대한 자동차보험, 직원들 단체상해보험, 퇴직연금 같은 것들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험료는 '비용'입니다. 당연히 보장은 늘리고 보험료는 줄이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공개입찰을 하거나, 대리점을 끼지 않고 직접 보험사와 협상하거나, 아니면 협상 전문회사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한 CJ는 좀 달랐습니다. 재계 15위인 CJ그룹의 경우 대략 연 250억원 정도를 보험료로 지출하는데 우선 거의 모든 보험을 삼성화재에 몰아주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손경식 회장은 CJ그룹을 맡기 전에 20여년간 삼성화재(옛 안국화재) 사장을 지냈습니다.

그보다 더 이상한 건, CJ그룹이 삼성화재와 직접 보험 계약을 하지 않고 중간에 대리점을 끼고 계약을 한다는 점입니다.

"입찰하게 되면 경쟁이 붙기 때문에 수의계약 때보다 보험료가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 내려갑니다." (보험업계 관계자)

CJ그룹은 입찰 없이 보험대리점 두 곳(안국대리점·위드올대리점)과 수의계약을 고집했습니다. 두 곳 모두 단순 개인이 운영하는 보험대리점입니다. 이렇게 밀어준 물량이 2010년 이후 11만8000건, 보험료 2015억원이었습니다. CJ그룹 전체 물량의 95%를 사실상 독점한 셈입니다.

이렇게 중간에 대리점이 끼면 보험사는 대리점에 영업수수료를 줘야 합니다. 대략 보험료의 10%입니다. 수수료를 줘야 하니 당연히 보험료는 올라가게 되겠죠. 2010년 이후 두 대리점이 이렇게 중간에서 영업수수료로 가져간 돈이 218억원입니다. 안국대리점이 처음 설립된 게 2002년이니 실제로는 훨씬 많을 수도 있습니다.

"CJ 정도의 큰 기업이 개인대리점을 통해 보험을 들었다는 건 두 가지죠. 뭔가 이상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무지하거나."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한국 보험학회 회장)

이상한 건지, 무지한 건지, 추정해 볼 만한 단서가 있습니다. 확인 결과, 안국대리점·위드올대리점 두 곳 다 손경식 CJ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안국대리점 손모 사장은 손경식 회장의 5촌으로 삼성화재 시절부터 손경식 회장 밑에서 근무한 인물입니다. 위드올대리점 이모 사장 역시 외가 쪽 5촌이었습니다.

처음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CJ그룹은 "다른 대리점이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대리점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안국대리점은 문이 잠겨있었고, 위드올대리점은 작은 사무실에 책상 4개, 사장 포함 2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연평균 200억원이 넘는 보험계약을 대리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두 대리점이 하는 일 없이 중간에서 통행세만 챙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CJ그룹은 삼성화재에 보험을 몰아줍니다. 그런데 CJ와 삼성화재 사이에 손경식 회장의 5촌이 운영하는 개인대리점 두 곳이 끼어있습니다. 이 두 대리점은 '땅 짚고 헤엄치기'로 2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가져갔습니다.

도덕적 비난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입니다. 공정위는 "다른 사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게 유리한데도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공정거래법 23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로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보험업법 97조)"를 처벌합니다.

공정위와 금감원 모두 중간에 낀 대리점이 실질적인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따집니다. CJ 계열사들은 싸게 들 수 있는 보험을 비싸게 든 셈이니 주주입장에선 배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200억원이 넘는 수수료가 다른 곳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오너의 친인척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가져갔다면, 당연히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정의당 심상정 의원)

보도 당일(12일), 저희는 CJ그룹에 공식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취재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고,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질문은 세 가지였습니다.
①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안국과 위드올 두 대리점에 보험을 몰아준 이유가 무엇인가요?
② 두 대리점은 손경식 회장님의 5촌이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친인척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닌가요?
③ 200억원이 넘는 수수료가 다른 곳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CJ그룹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사안을 앞으로도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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