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상공인들을 위한 구매전용카드란 게 있습니다. 회사끼리 거래할 때 쓰는 일종의 신용카드인데요. 한 중소기업 대표가 거래처 동의도 없이 이 카드로 수십억 원을 결제한 뒤 잠적했습니다.
이윤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추모 씨는 지난 8월 한 중소기업과 거래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구매카드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실적 때문"이라거나 "한도가 1만원에 불과하다"는 말에 추 씨는 카드를 만들어줬습니다.
얼마 뒤 카드사 고지서를 받고서야, 한도가 1만원이라던 카드로 5억원이 결제된 걸 알았습니다.
카드를 만들 때 여러 장의 동의서에 무심코 서명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본인 동의 없이도 한도를 늘릴 수 있고, 심지어 결제도 가능하다는 항목이 있었던 겁니다.
[추OO/소상공인 : 다 본인 책임이라고 되어 있지 않느냐란 얘기만 하는 거예요.]
추 씨와 비슷한 수법에 당한 소상공인들의 피해 규모만 50억원에 달하지만, 사태를 해결해야 할 중소기업 대표는 잠적한 상태입니다.
[중소기업 관계자 : (회사 문을 닫는 건가요?) 그렇게 보셔도 무방합니다. 자금 문제잖아요. (대표는) 외부로 자금 때문에 다니고 있습니다.]
해당 카드사는 "우리도 피해자라 청구대금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특이한 사건"이라며 "구매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와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추 씨는 문제의 중소기업 대표를 고소하고, 다른 피해자들과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