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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끔찍한 기억의 동굴 '큰넓궤'…'제주 4·3' 70주년

입력 2018-04-02 21:14 수정 2019-04-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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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유와 화해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내일(3일)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낸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3만 명이 희생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진상을 밝히지도, 피해자에게 보상하지도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70년 전 공포에 떨며 동굴에서 보낸 시간을 마음에 묻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바위틈 사이 사람 한 명 드나들 수 있는 구멍, 동굴 큰넓궤 입구입니다.

[강호진/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 (여기는 그냥 입구인 거죠?) 180미터 중에 20미터… 20미터 안 왔죠.]

점점 좁아지는 통로를 지나려면 완전히 엎드려야 합니다.

[강호진/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 입구가 좁아서 은폐하기 최적의 공간인 거죠.]

70년 전 제주 동광리 사람들이 군경 토벌대를 피해 숨었던 곳입니다.

[홍춘호/4.3 피해자, 당시 11세 : 짐승보다도 더 험하게 살았지. 뚝뚝 떨어지는 물이 있어. 돌 틈에 물을 엎드려 빨아먹었지.]

배고프고 답답한 동굴 생활보다 토벌대가 더 무서웠습니다.

[홍춘호/4.3 피해자, 당시 11세 : 밤하늘이라도 한 번 보게 나가자 (아버지를) 조르면, '시국 편안해지면 가자. 이제 나가면 죽어'하고… 이 하늘 본 적이 없어.]

운이 좋아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평생 끔찍한 기억을 지고 살았습니다.

[고완순/북촌리 학살 생존자, 당시 9세 : (끌고)가면 조금 있으면 총소리가 다다다다 나. 그 많은 사람이 죽으니까 흙이 피에 절어서 새카매.]

'잃은 인생과 꿈, 누구에게 보상받을까'

70년 동안 답을 찾지 못한 질문입니다.

좌익 폭도로 몰릴까 입을 닫았던 제주 사람들은 더 늦기 전에 4.3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윤경/제주4.3 희생자 유족회 회장 : 국가가 국민을 무참히 죽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안 진다. 그건 우리가 바라는 국가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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