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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시험 강화' 물 만난 듯…무허가 교습 활개

입력 2016-02-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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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운전면허 시험 통과하기 참 쉽죠. 오죽하면 '물면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이러한 운전면허 시험이 다시 어려워질 거란 예고에 불법 운전교습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온갖 꼼수와 불법이 이뤄지고 있는 무허가 운전교습 실태를 밀착카메라가 들여다봤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운전면허 시험장입니다.

면허를 취득하러 온 응시생들로 2층 접수장이 북적입니다.

번호표를 뽑아봤습니다. 제 앞에 이렇게 200여 명가량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 앉아서 기다려볼까 주변을 둘러봤더니요 마땅히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뒤에 서서 자신의 번호를 기다리는 분도 있습니다.

[한승재 사원/서울 강남면허시험장 : (대기) 번호로 하면 1600번대까지 올라갔었는데 요즘에는 2400번, 2500번대 정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1.5배 정도 늘었어요.]

운전면허 시험 변경이 예고되자, 일주일 만에 전국 면허시험 응시생만 만 명 넘게 늘었습니다.

[이한솔/경기 성남시 중원구 : 어려워지면 따기 힘드니까 일단 장롱면허가 되더라도 미리 따놓고 나중에 연습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현행 운전면허 시험은 2011년부터 실시된 간소화 정책에 따라 까다로운 기능 평가 항목이 대폭 줄었습니다.

'물면허'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난코스로 꼽혔던 '경사로에서 멈춰 섰다 출발하기'와 'T자 코스' 등이 부활할 예정입니다.

T자형 코스는 후진으로 주차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코스입니다.

이렇게 후진으로 주차를 했다가요, 들어왔던 방향으로 다시 전진해 나가는 코스입니다. 과거 운전자들이 가장 어려워했습니다.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무허가 운전 교습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무허가 운전교습 강사를 만나봤습니다.

[무허가 운전 교습 강사 : (전문 학원은) 46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을 줘도 한 달 기다려야 해. 우리는 6시간 교육하는 데 30만 원 받고, 떨어지면 한 번 서비스해줘.]

차량 조수석 바닥은 불법으로 개조해 보조 브레이크를 설치했습니다.

[무허가 운전 교습 강사 : 차야 정지해라 한 번 해보세요. (차야 정지해라) 어? 서네? 그렇죠? 이 차는 안전장치가 다 돼 있는 차야.]

그런데 교습이 시작된 지 20분 만에 취재진에게 운전석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무허가 운전 교습 강사 : 오늘 연습 안 되겠다. (왜요?) 액셀 밟아. 그냥 감사라는 게 있어.]

무허가 교습에 대한 단속이 떴다는 겁니다.

[무허가 운전 교습 강사 : (단속에) 많이 걸렸지. 걸려도. 한 20번 걸렸지. 선생님 경력이 몇 년인데. 10년이 넘었는데.]

운전대를 잡은 강사는 운전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무허가 운전 교습 강사 : (안전벨트 안 매셨는데요?) 실격. 이건 뭐 바로 실격. 안전띠 안 하면 바로 실격.]

시험장에 '꼼수'를 숨겨놓는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무허가 운전 교습 강사 : (평행 주차) 시험장에 가면 1번에서부터 5번까지 어깨선을 맞추는 것이 다 표시가 돼 있어요. 누가 해놓았느냐면 선생님이 해둔 거야.]

강사의 말이 사실인지 해당 면허 시험장에 왔습니다. 펜스에 이렇게 흰색과 빨간색 페인트칠을 해놨습니다. 면허시험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서울 00 면허시험장 관계자 : 오늘 오셔서 새로 알게 된 상태고, 이제 알았으니까 조치를 할게요. 원래 색으로 칠할게요.]

해당 면허시험장은 시험장 무단침입 등의 행위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지난해 적발한 불법 운전 교습은 455건으로, 2014년 130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런 불법 운전교습은 강의가 부실해도 항의할 데가 없고, 사고가 나도 보험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락가락한 난이도로 응시생들의 희비가 엇갈려온 운전면허 시험. 이번에 바뀌는 운전면허 시험이 단순히 운전 자격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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