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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이행에 178조…장밋빛 재원대책 '글쎄'

입력 2017-07-19 14:22 수정 2017-07-19 16:32

"초과 세수 등 세입확충으로 83조…효율화 등 세출절감으로 95조 마련"

세수호황 기조 지속 장담 어렵고 지출 효율화는 '마른행주 짜기'와 같아

전문가들 "증세 추진 공식화하고 국민 이해 구하는 과정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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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세수 등 세입확충으로 83조…효율화 등 세출절감으로 95조 마련"

세수호황 기조 지속 장담 어렵고 지출 효율화는 '마른행주 짜기'와 같아

전문가들 "증세 추진 공식화하고 국민 이해 구하는 과정 거

공약이행에 178조…장밋빛 재원대책 '글쎄'


선거를 전후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바뀌는 경우는 허다하다.

보수와 진보, 여와 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향후 5년간 공약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공약의 경중과 선후를 구분한 뒤 구체적인 타임플랜까지 내놓는다.

그래도 대부분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된다.

문제는 돈이다.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공약은 필수적으로 돈이 든다. 선거가 끝나면 공약은 계산서가 돼 정부에 청구된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역시 선거 기간 제시된 공약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한정된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여전히 재원마련 대책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대거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공식화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재원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공공임대주택 15조·아동수당 10조…복지에 77조 보따리 푼다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주요공약과 국정과제를 차질없이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17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당초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에서 밝혔던 것과 규모 면에서는 일치한다.

178조원의 재원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소득주도 성장·미래대비 투자),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복지국가 실현),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지역 균형 발전),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남북관계·외교안보)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에 쓰인다.

그중 문재인 정부가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분야는 복지국가 실현이다.

복지에만 5년 투입 재원의 43.5%에 달하는 77조4천억원이 쓰인다.

복지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공공임대 주택 17만호를 공급하는 데 15조원을,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을 위해 4조4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도입, 5년간 10조3천억원을 사용한다.

문재인 정부는 누리과정의 어린이집 전액 국고 지원 약속을 지키는데도 5조5천억원을 배정했다.

기초연금·장애인 연금을 10만원씩 인상하는 데는 23조1천억원이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과 미래대비 투자를 위한 분야에는 5년간 42조3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소방관, 경찰관 등 국민 안전·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 17만4천명을 추가 채용하면 5년간 8조2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 마련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확대하는 데에도 4조1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계산됐다.

4차 산업혁명 분야와 기초연구 분야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데도 9조5천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7조원을 들이기로 했다.

그중 대부분인 5조8천억원은 매년 100곳 이상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추진해 노후 구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에 투입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사병급여를 2022년까지 올해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 4조9천억원을 사용키로 했다.

◇ 세입확충 83조원+세출절감 95조원으로 재원 조달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공약집에서 추정한 규모와 일치하지만 재원대책은 국정기획위 활동을 거치면서 수정됐다.

당초 대선공약집에서는 재정개혁을 통해 5년간 112조원(연평균 22조4천억원)의 재원을, 세입개혁을 통해 66조원(연평균 13조2천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정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세출절감으로 5년간 95조4천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세입확충을 통해서는 82조6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재원조달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입확충과 관련해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5년간 60조5천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수실적 호조가 당분간 이어진다고 보고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어 비과세·감면 정비 등으로 11조4천억원, 탈루세금 징수 강화 등을 통해 5조7천억원을 마련하고, 세외수입에서 5조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대기업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부가가치세 금융회사 대리납부제 도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 및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현행 7%인 상속·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 축소,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 현행 '10억원 초과'인 해외 금융계좌잔액 신고 대상 확대 등도 추진한다.

세출절감과 관련해 국정기획위는 우선 재량지출을 10% 구조조정하고 의무지출은 전달체계 누수 방지 등을 통해 절감할 계획이다.

다만 분야별 지출 성격을 감안해 사회간접자본(SOC)·산업·연구·개발(R&D) 분야는 7% 이상, 복지·교육은 5% 이상, 일반행정은 3% 이상 재량지출을 줄이는 등 절감률을 차등 적용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5년간 60조2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도시·고용보험 등의 기금 여유 자금 활용 확대, 융자사업 이차보전 전환 등으로 35조2천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 '불확실한 세수증가+세출 쥐어짜기'에 의존…증세는 어디로?

문제는 재원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

5년간 178조라는 막대한 규모의 돈이 필요하지만 국정기획위에서 내놓은 재원대책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에 기대거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세입확충의 70% 이상인 60조원 가량을 '초과세수 증대'에 의존하는 점이다.

초과세수란 말 그대로 경기가 좋아 당초 정부가 짠 세입예산안보다 세수가 더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월까지 걷힌 세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조2천억원 증가하는 등 세수 호황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2012∼2014년에는 세수가 예산에 못 미치는 세수결손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4년 부족한 세수는 10조9천억원에 달했다.

지금은 세수가 잘 걷히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내내 경기가 좋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구정모 강원대 교수는 "세수 자연증가분을 60조원 이상으로 잡았는데 전제는 경제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소한 현재 수준의 성장률이 유지돼야 하는데 경기 과열을 부추기지 않고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과세·감면 정비, 세출 구조조정 등 효율화는 모든 정부가 공통적으로 추진한 것들로 여기서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마른행주 짜기'와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 교수는 "비과세·감면은 하나하나 축소할 때마다 이해집단이 충돌한다. 예산 효율화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면서 "아주 정교하게 계획을 짜고 결단력 있게 재정·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 재원조달 방법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상명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증세 없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잘 안됐다"면서 "문재인 정부 역시 씀씀이가 계속 늘어날 텐데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은 잘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재원마련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세' 계획이 빠진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정기획위는 세수 확대와 관련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재원 조달의 필요성, 실효 세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법인세와 함께 경유세 인상 등 민감한 사안은 하반기에 구성할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내년 지방선거 이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세수가 잘 걷히고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결국 증세는 해야 한다. 문제는 증세는 어떤 식으로든 인기를 얻기 힘들다는 점"이라며 "조세저항이 큰 부분은 소위 과반의 동의를 실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보다 큰 복지를 원한다면 더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조금 벌더라도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는 국민 개세주의가 확립돼야 한다"면서 "최고세율을 상향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와 함께 저변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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