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동대문 의류 상가 주변은 사람도 차량도 늘 붐비는 곳입니다. 이 도로가 무려 8차선이나 되는데, 하루 수천명이 무단횡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김관 기자가 밀착 카메라로 달려가봤습니다.
[기자]
하루 수만대의 차량이 오가는 동대문 시장 앞 8차선 도로입니다.
시장에 들른 손님부터 수레를 끄는 상인에 남녀노소,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차도를 가로지릅니다.
중앙선에 갇혀버리기도 일쑤입니다.
주변 상인들이 고용한 단속원도, 교차로를 지키는 순찰차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맞은편에도 한 여성이 무단횡단을 하려고 기다리는 모습인데요. 신호가 바뀌면 바로 건널텐데 저희가 따라가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무단횡단 보행자 : 여기서 건너는 차들이 건너니까 같이 건너는 거죠. (위험할 때는 없나요?) 네, 저는 그런 위험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양호한 편입니다.
정신없이 차도로 돌진하는 여성들.
반대편 상가 건물로 들어갑니다.
[무단횡단 보행자 : (두 분은 몇 번 정도 무단횡단 하세요?) 한 달에 두 번이요. (몇 년 동안 해오셨나요?) 10년이요.]
이곳을 건너는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무단횡단 노하우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서울 풍물시장 방향 그러니까 동쪽 방향을 향하고 있는 차량으로 떨어질 파란불의 신호인데요. 곧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변했는데 어떻게 되는지 보시죠.
차량 주행 신호가 사실상 보행 신호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바로 앞 지하도나 주변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하지만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되레 경찰관들이 보행자들과 함께 무단횡단을 합니다.
[평화시장 상인 : (저쪽에 횡단보도 있잖아요.) 어디에 있어요? 그럼 물건을 갖고 돌아서 가지고 가요? 물건을 많이 가져갈 경우 지하도로 가면 올라갈 수가 없어요.]
지하도와 주변 횡단보도는 크게 불편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상인들의 주장대로 무단횡단하지 않고 지하도나 횡단보도로 갈 경우 어느 정도 시간차가 걸리는지 제가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단횡단하면 약 30초면 도착합니다.
그런데 계단 80칸이 있는 지하도를 통과하면 1분 34초, 400m 떨어진 횡단보도를 건너면 7분 24초가 걸립니다.
주변 상인들은 10년 가까이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지하상가 측 반발이 거셉니다.
[성영렬/청계6가 지하상인회 회장 : 바로 위에 (횡단보도가) 생긴다면 전멸이죠. 기자님이라면 횡단보도가 바로 위에 있는데, 여기 내려가시겠어요?]
횡단보도 설치는 강제 폐업이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상인들이 민원 전쟁을 벌이는 사이 경찰까지 손을 떼버렸습니다.
[관할 지구대 관계자 : 저희가 24시간 경찰관들을 배치할 수 없는 문제고요. 단속하면 눈치보고 안 하겠죠. 근데 돌아서면 또 해요. 한국 사람들 습성이 그렇잖아요.]
하지만 두 달 전에도 이곳을 무단횡단하던 노인이 버스에 치이는 등 매달 한 건꼴로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밤이 지나 아침이 되자 이곳은 아예 횡단보도인지 차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가 돼버렸습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무단횡단을 하다가 숨졌습니다.
상인들끼리의 알력다툼, 그리고 지자체와 경찰의 방관 속에서 안전펜스 속에 있는 '횡단보도로 건넙시다'라는 문구는 무색하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