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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생일 맞은 자살 대구 중학생 아버지의 '눈물'

입력 2012-02-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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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생일 맞은 자살 대구 중학생 아버지의 '눈물'


"○○야! 오늘이 네 생일이야, 축하해!"

25일 낮 대구 팔공산 자락의 한 사찰 추모관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49살 아버지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작년 12월 친구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대구 중학생 권모(14)군의 생일을 맞아 권군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추모관을 찾았다.

죽은 아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피자, 케이크, 치킨 등을 정성스럽게 유골함 앞에 차려놓은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멍하니 유골함과 가족 사진만 바라다보았다.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집으로 배달돼 오는 위로 편지를 몇 통 읽어보던 아버지는 이내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고, 권군 어머니와 형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부모 모두 선생님이라 매년 봄 방학 기간에 찾아왔던 권군의 생일 때는 4명의 식구가 함께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권군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올해도 가까운 곳에라도 같이 놀러갔을 텐데 이제는 영영 함께 할 수가 없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남은 가족들은 웃음을 잃었고 눈물과 탄식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권군 아버지(49)는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권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워낙 착해서 부모한테 이런 저런 내색을 잘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도 부모가 걱정할까 봐 혼자서 모든 걸 참아내며 죽음까지 결행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현직 고교 교사인 권씨는 곧 시작되는 새 학기에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아 올해 1학기는 휴직하기로 했다.

당분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형사 및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권군을 죽음으로 이끈 두 학생은 최근 단기 2년에서 장기 3년6개월까지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

가해 학생과 그 부모들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는 얘기에 권씨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잃게 만든 사람들이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이 곧 참회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이어 "3년형이든 6개월형이든 법에 정해진 대로 따를 뿐 유족으로서 어떻게 해달라고 사법당국에 얘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직 교사로서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담임 교사가 반 아이들과 제대로 된 면담을 하려면 2개월은 걸린다"면서 "그러나 현실은 교사가 아이들과 마음 속 깊은 얘기까지 주고받기에는 교육 공무원으로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교단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30분 남짓 아들의 유골함 앞에 머물던 권씨는 "우리 가족을 위로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면서 "내년 생일에는 학교폭력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하늘로 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추모관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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