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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왕따' 급증하는데…개인의 힘으론 탈피 한계

입력 2016-08-23 21:23 수정 2016-08-2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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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직장 내 '왕따', 즉 따돌림 문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직장 내 왕따라고 하면 보통 "일을 잘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겠지" 이런 편견과 함께 소수의 일로 치부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지난해 직장인 10명 가운데 따돌림을 경험해 봤다고 답한 이들이 무려 8명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직장에서 적응을 못하는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로 닥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전문가들은 왕따 문제가 개인의 탓이라기보다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갈수록 확산되고 있지만 개인의 힘으론 벗어나긴 힘든 직장 내 왕따 실태, 우선 박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때 자부심 강한 직장인이었습니다.

2005년 한국거래소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모씨.

외국어를 잘해 국제업무를 주로 맡았고 사내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엔 정직원이 됐습니다.

[김씨 유족 : (업무를) 집에 가져와서 할 정도로 재미있어하고 보람도 많이 느꼈었고…]

하지만 지난달 10일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씨는 생전에 2012년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출장 때 동행한 상사가 늦은 밤 호텔방으로 불렀고, 부적절한 말을 했단 겁니다.

당시 녹음 파일도 남겼습니다.

[꿈 얘기 하시면서 제가 꿈에 나와서 한 침대에서 잤다는 말도 하셨고… (꿈 얘기는 나도 기억이 나. 진짜 내가 꿈을 꿨으니까.)]

김씨를 힘들게 한 건 피해 사실을 밝힌 뒤 험란해진 회사 생활이었습니다.

"일을 제대로 안 한다"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이런 평가는 곧 기정사실화됐습니다.

심리적으로 몰리면서 김씨는 우울증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직장 내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회사 익명게시판에 병가를 쓰는 데 대한 비아냥이 올라왔고 인신공격도 이어졌습니다.

악순환이었습니다.

[김씨 유족 : 밤에 혼자 유령처럼 (회사에) 갔다 왔다 하더라고요. 사람들 마주치면서, 사람들 시선 보면서 걷는 게 힘들다고…]

김씨의 유서와 일기장엔 성희롱 상사와 동료들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습니다.

거래소 측은 김씨 주장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김씨가 공론화하려 했던 왕따 실태를 회사가 덮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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