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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에 뻥 뚫린 초등학교'…기본 매뉴얼도 안 지켰다

입력 2018-04-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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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방배초교에서 발생한 인질극과 관련, 해당 학교에서는 신분확인 절차도 없이 인질범의 출입을 허용하는 등 안전관리 기본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1시 43분 서울 서초구 방배초교 교무실에서 양 모(25) 씨가 이 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댄 채 인질극을 벌이다 약 1시간 만에 경찰에 제압됐다.

피해 여학생은 다행히 외상이 없고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학교의 외부인 출입관리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방배초교에 따르면 양 씨는 오전 11시 30분께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정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하지만 외부인 출입을 위한 신분확인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의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보안관은 '서류발급 등 민원업무를 위해 방문한 자' 등에 대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확인한 후 일일방문증을 발급해야 한다.

또 일일방문증을 발급할 경우 관리대장을 작성해야 하며 신분증을 제출하게 돼 있다. 가이드라인은 학교 출입과 관련해 등·하교 시간 외 출입문 전부를 폐쇄해야 하며 관리인력에 의해 출입증이 확인된 경우만 출입을 허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방배초교는 이런 출입관리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방배초교 관계자는 이날 오후 학교 앞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양 씨의 출입에 대한 기록이 없으며 신분증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부인 출입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보안관은 양씨가 이 학교 졸업자라는 말만을 믿고 출입을 허락한 것이다.

방배초교 관계자는 "학교보안관이 (양씨가) 졸업생이라고 하니 그 부분(신원확인)을 놓친 것 같다"며 기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시민단체인 좋은학교만들기학부모모임 서인숙 대표는 "학교를 방문할 때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고 제대로 신분확인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앞으로 학교 안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를 지역사회를 위한 공공시설로 개방하는 추세가 지속해왔는데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해 외부 공개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홉 살짜리 딸을 키우는 김 모(39) 씨는 "아이를 데리러 수 없이 학교를 오갔지만, 출입 기록을 적는 등 기본 매뉴얼을 지키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학교에서 인질극까지 벌어진 데는 분명히 이런 안전 불감증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 황 모(31·여) 씨는 "사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초등학교 담장 정도야 쉽게 넘어서 들어가지 않겠느냐.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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