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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한예슬 씨에게 즉각 사과한 차병원…'설마'했던 기대는 '역시나'

입력 2018-05-04 13:05 수정 2018-05-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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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한예슬 씨에게 즉각 사과한 차병원…'설마'했던 기대는 '역시나'


 

JTBC는 2일 뉴스룸을 통해 분당 차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석달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민영 씨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뇌종양 제거 수술을 위한 검사에서 머리에 삽입한 가는 관, 션트가 막힌 것이 발견돼 교체 수술부터 진행했습니다. 수술 직후 평소와 다름 없던 이씨는 다음날부터 상태가 악화돼 의식을 잃었고 이후 7차례나 추가 수술이 이어졌지만 아직도 혼수상태입니다.

 
[취재설명서] 한예슬 씨에게 즉각 사과한 차병원…'설마'했던 기대는 '역시나'
[수술 전 이민영 씨 모습(가족 제공)]

그런데 2주전 강남 차병원 관련 의료사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피해자는 배우 한예슬 씨였습니다. 당시 차병원이 보여준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분노와 희망을 함께 느꼈다고 합니다. 차병원측은 즉각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약속을 했습니다. 그동안 이 씨 가족들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듣지 못했고, '수술엔 잘못이 없었다'는 말 말고는 다른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랬던 병원이 한 씨에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니 화가 나는게 당연하겠죠.

한편으로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도 우리한테 사과 정도는 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병원측의 태도는 변한게 없었습니다. 가족들의 계속된 항의에 병원 측에선 자체조사를 위해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합니다. 그런데 2주가 지난 4월 30일 병원측은  '의료사고는 없었다'는 결론을 통보했습니다. 이와 함께 "'의료중재원'에 접수하는 게 나을 것"이란 내용을 덧붙였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이 말에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설명서] 한예슬 씨에게 즉각 사과한 차병원…'설마'했던 기대는 '역시나'
[JTBC와 인터뷰 중인 민영 씨 어머니와 동생]


▶취재가 시작되자 달라진 차병원

방송 직전 차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회사 로비에 와 있으니 잠깐 만날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병원 측은 이미 오전엔 부원장이 나서서 이 씨 아버지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보여준 병원의 모습은 참 기민했습니다.

JTBC로 찾아온 3명의 관계자들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어려운 수술이었다." "주치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 "가족들에게 유감 표명을 여러차례 했다. 설명도 많이 했다. 그런데 환자 가족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병원을 믿지 못했다." "의료사고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적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다"는 해명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또다시 반발했습니다.


▶의료중재원에 접수하라는 건 환자 보호자 배려한 것?

"왜 의료중재원에 의뢰하라고 해서 가족들 마음에 상처를 줬습니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건 환자 가족분들을 배려해서 한 말이었다"는 겁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과를 바랐던 가족들에게 제3자로부터 중재를 받으라는 게 '배려'라니. 그러나 병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는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환자가 병원의 의료행위에 불만을 의료중재원에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나마 병원 측에서 협조를 해주면 중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씨 가족들이 정말 조정까지 가길 원하면 병원의 이런 조치에 대해 오히려 감사(?)까지 해야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국가의 중재를 받고 싶어도 병원이 거부하면 끝…중재 개시율 50%도 안돼

자료를 찾아보니 병원 관계자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의료중재원의 정식 명칭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입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의료사고 중재 전문기관입니다. 그런데 신청한다고 중재나 조정이 다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절반 이상은 시작도 못하고 끝난다고합니다.

 
[취재설명서] 한예슬 씨에게 즉각 사과한 차병원…'설마'했던 기대는 '역시나'
[2017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중재원이 작성한 '2017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를 보면 중재 개시율은 2013년 39%로 시작해 2016년까지 40%대에 머물렀습니다. 병원이 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각하'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차병원 관계자는 바로 이 부분을 이야기 한 겁니다. 2016년 의료분쟁 상담은 4만6000건에 이르지만 조정을 신청한 건 1907건에 불과하고, 조정 개시는 831건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지난해엔 57%로 전년보다 12%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애석하게도 병원이 환자들을 위해 중재 참여를 늘린 결과는 아닙니다. 고 신해철 씨 사망 사고 이후 의료사고로 숨졌거나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등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병원의 동의 없이도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하게 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2017년도 49%, 아직도 40%대입니다.

중재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단 1%의 확률'…'입증 책임'에 두 번 우는 환자 측

1.1%

환자 측이 의료소송을 걸어서 완전히 승소한 비율입니다. 2012년~2015년까지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 3778건 중 원고 승소는 단 41건에 그쳤습니다.(대법원 사법연감)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현행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과 환자의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는 쪽이 상대의 과실 여부를 입증해야 합니다. ▲진단 및 치료과실문제 ▲환자의 뜻에 반하는 조치를 한 문제 ▲설명의무 위반 문제 등에 대한 증거를 환자 측이 대야 병원과 다퉈볼 수 있습니다.

"환자가족이 의료사고를 검증한다는건 거의 전체의사와 싸워야 한다는 것(네이버 dan7****)"
"실수로 병원이 멀쩡한 다리 제거한후 15년째 법적투쟁 중입니다(네이버 blog****)"


▶법 제도 변경? 의료계 반발로 아직 '먼 얘기'

한예슬 씨 의료사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과실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 연달아 올라왔습니다.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입니다.

복지부는 소송 과정 중 환자 측을 정부나 유관 기관이 돕거나 소송을 대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언제 제도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업무상 과실로 환자를 다치게 한 의사에 대해 면허 제재를 가할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심각한 의료사고나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다시 메스를 잡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과연 의도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넘는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의사의 의료행위 중단 및 진료거부권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의료인들의 권리를 지나칠 정도로 보호해주는 동안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를 당한 평범한 환자와 가족들은 높은 전문가의 벽을 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유명 배우였다면 이런 대우를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좌절감이 쌓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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