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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2300명 트라우마 시달려…치유 대책은 '엉성'

입력 2016-10-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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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에 태풍 '차바'에 맞서서 구조활동을 하던 소방대원이 순직하기도 했고요.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게 소방대원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다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에 들어있는 소방대원이 2300명을 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은 엉성하기만 합니다.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소방대원 : 교통사고 현장에서 봤던 망자가 쌍둥이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는데 (시신을 수습하고) 다시 돌아와서 남은 식사를 하다가 '이게 뭐하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었어요.]

취재진이 만난 소방관은 일을 열심히 할수록 우울하게 변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소방관들이 이같은 사고를 접합니다.

지난 3월,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온 힘을 다해 무너진 벽을 들어올립니다.

시간과의 사투. 하지만 매몰자는 결국 숨졌습니다.

이 밖에도 앞이 보이지 않는 화재 현장이나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에 피해자를 수습하는 것 역시 소방대원들의 몫입니다.

이렇게 사선을 넘나드는 업무 환경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의 위험군에 속한 소방관은 2300명이 넘는 걸로 추산됩니다.

전체 소방관의 6%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4년 전부터 각종 PTSD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소방서 내에 설치된 'PTSD 치유실'입니다.

힐링룸이라고 적혀 있는 이곳은 소방관들의 심신 안정실인데요. 안쪽으로 들어가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나온 곳은 바로 명상실입니다. 안에 들어와 보시면, 한쪽에는 이렇게 소파와 헤드폰이 위치해 있어서 음악을 들으면서 명상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일 안쪽에는 보시는 것처럼 스트레스 측정기도 있고요. 또 앉아서 받을 수 있는 안마의자도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PTSD 치유에 핵심인 전문 상담사는 배치돼 있지 않아, 사실상 그냥 휴게실이 돼 버렸습니다.

그나마 이용도 쉽지 않다고 소방관들은 말합니다.

[소방대원 : 근무시간에 거기서 그걸 이용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 눈치 보이잖아요. 쉬는 날은 거기(치유실)에 가 있는 거 자체가 조금 어렵죠.]

인근 119안전센터에서도 소방서의 PTSD 치유실은 유명무실합니다.

[소방대원/119안전센터 : 근무 중에는 가기는 그럴 거예요. 퇴근하고 가야 하는데 퇴근하고 거기까지 갈 필요가….]

하지만 이런 현장의 목소리와는 달리 국민안전처는 치유실을 올해 말까지 170개소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이런 치유실 한 곳을 짓는 데 약 5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이 밖에 국민안전처는 '찾아가는 상담실'과 '심신건강관리 캠프' 등 제도도 운영 중이지만, 1년에 한 차례만 열립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전국 70여 개 병원에 있는 '트라우마 센터'도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 자체가 쉽지 않다고 소방대원들은 말합니다.

[소방대원 : 저희가 찾아가서 하는 건 조금 제한이 되고, 또 딴 사람들한테 (치료받는 게) 알려지는 게 안 좋은 사람도 있잖아요.]

실제로 전체 소방관의 60%는 PTSD 프로그램을 이용한 적이 없고, 이용한 소방관 가운데서도 75%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방치되는 PTSD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소방대원 : 아침부터 눈 뜨면 잠들 때까지 자살을 해야겠단 생각밖에 안 들어요. (공무원연금공단에서는) 소방관이 PTSD 진단을 받아도, 이것은 공무와의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기각한다는 결정을 해서 보내주더라고요.]

이 소방대원은 PTSD 판정을 받고도 직무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해 지난 5년간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였습니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 수밖에 없는 소방관. 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건 위험한 순간에 소방관의 보호를 받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소방관들이 건강한 몸만큼이나 건강한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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