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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끊긴 집엔 고지서만 '수북'…무관심 속 방치됐던 모자

입력 2020-12-14 20:47 수정 2020-12-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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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발견되기까지 다섯 달이 걸렸습니다. 장애인 등록이 안 돼서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아들은 집에서 1km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노숙 생활을 했습니다. 그 사이, 모자가 살던 집에 남은 건 밀린 공과금을 독촉하는 고지서뿐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이 노숙인이 될 때까지 이들을 찾는 이는 없었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7살의 최씨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 얼마나 순진하고 얼마나 어리면서 얼마나 당황했을까… 너무나 가엽고 이것을 어떻게 잘 수습할 수 있었을까…]

학교도 초등학교 2학년까지만 다녔습니다.

어머니 김씨가 전주에서 서울로 데려오며 학교도 더 다니지 못했습니다.

당시엔 학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학교가 찾아 나서지 않았던 때입니다.

그렇게 김씨는 발달장애아들을 27년간 홀로 키웠습니다.

게다가 최씨는 장애인으로 등록된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 주거급여만 이분이 신청하셨어요. 아드님이 30대 중반이고, 근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었던 거 같아요.]

장성한 최씨는 근로 능력 있는 성인 남성으로만 기록됐습니다.

하지만 김씨 모자는 정부에서 받는 25만 원의 생활비가 전부였습니다.

두 사람의 생활비론 부족했습니다.

김씨가 지난해 여름 5개월 동안 서초구 공공근로 사업인 모기방역 활동으로 번 돈 124만 원이 마지막 소득이었습니다.

모자는 점점 더 고립됐습니다.

전기세를 내지 못했고, 건강보험료도 밀렸습니다.

집엔 독촉장이 쌓였습니다.

이웃들과 교류도 거의 없었습니다.

[인근 주민 : (돌아가셨다고) 얘기하는데 동사무소에서 관심을 안 써서 그러느냐 어쩌냐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코로나19 감염 위기는 이들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자치단체는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 걸쳐 택배로 마스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들에게 마스크는 필요 없었습니다

어머니 김씨는 숨을 거뒀고, 아들 최씨는 노숙인이 된 뒤였습니다.

사회 구성원 누구도 모자의 비극을 눈치채지 못한 채 5개월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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