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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북, 비공개 단독 대화 가능성…정부, 대비해야"

입력 2017-07-31 22:35 수정 2018-01-03 19:35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이 계속 몰아붙일수록 대화 분위기로 돌아설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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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이 계속 몰아붙일수록 대화 분위기로 돌아설 가능성 높아"

[앵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죠. 불과 20여일 만에 미 서부를 넘어서 시카고까지 사정권에 든 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를 놓고 우리 정부도 매우 좀 당황스러운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책임론, 역할론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오늘(31일) 제 옆에 모신 분은 미국이 중국을 아무리 그렇게 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가지고 계신 분인데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께서 나와계십니다. 오랜만입니다.

 
▶V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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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예.]

[앵커]

중국을 움직여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좀 회의적인 입장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중국이라는 나라가 지금 미국하고 1:1로 동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얘기 아니에요, 중국의 역할론이나 책임론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서 핵을 포기하거나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면 여러 가지로 동아시아 평화에 좋기는 좋지만 그게 결국 미국을 좋게 하는 일입니다.]

[앵커]

결론적으로는 그렇겠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그렇죠. 미국 좋은 일을 중국이 왜 하겠습니까? 간단해요. 그러니까 복잡하게 정치 이론적으로 얘기할 것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중국 역할론이나 책임론은 그런 오히려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책임을 중국에 넘기기 위한 묘한 그 논리죠.]

[앵커]

하긴 중국은 이미 그렇게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서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북한 압박해서 얘기 풀린 적이 별로 없었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아마 그런 생각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모양이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중국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니까 더 설명하기가 쉽습니다마는. 제 경험으로도, 90년대 초에 북핵 문제가 터진 이후에 지금까지 제가…]

[앵커]

완전히 위기상황이었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관찰을 해 왔는데 압박을 해서 문제를 푼 적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진전이 됐던 것은 결국 미국이 북한을 달래는 식으로 다가가서 대화 방식으로 얘기를 하다가 문제가 좀 풀릴 만하면 다시 또 무슨 다른 일이 생겨서 그게 스톱이 되기는 했지만, 압박을 해서 굴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외교를 해야 됩니다.]

[앵커]

물론 그렇게 해서 이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도 압박과 그러니까 제재와 대화 양면을 그대로 추구하는 건 맞는데, 지금 상황은 꼭 그렇게는 보기는 어렵기는 합니다마는 그런데 그게 과연 되겠느냐. 그러니까 너무 좀 뭐랄까요.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그러니까 제재와 대화라는 것이 미국의 지금 최대 압박과 관여라고 하는 것과 지금 궤를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국이 워낙에 압박을 강조하니까 우리도 제재라는 단어를 안 쓸 수는 없지만 우리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제재와 대화라고 하는 것은 대화에는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미사일을 이렇게 쏘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긴장을 조성하면 국제사회가 제재 국면으로 들어갈 테니까 거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제재라는 단어를 안 쓸 수가 없지만, 그러나 이 국면이 조금 지나고 나면 결국은 미국도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는 그런 어떤 상황으로 넘어가리라고 봅니다.]

[앵커]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은 말 그대로 그냥 질주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질주하죠. 금년에 그 사람들이 미사일을 10번 쐈습니다. 작년에는 핵 실험을 2번 했지만 금년에는 미사일을 10번 쐈는데, 미사일을 쏘고 날 때마다 노동신문에 소개되는 북한의 언사를 보면 금년 내에 확실하게 그야말로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질주를 해서 미국을 압박해 가지고 미국이 대화에 나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말겠다라고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아까 말씀하시기를 중국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미국의 헛된 생각일 수 있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뉘앙스로 말씀하셨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 당장 대화로 나가기는 어려울 테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지금 당장 대화로 나가기는 어렵죠. 그러나 이제…]

[앵커]

결국 선택지는 대화밖에 없다고 보신다는 건가요?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대화밖에 없는데, 일단 지금 상태에서는 미국이 UN 제재 결의를 선도한다든지 이럴 겁니다. 그런데 벌써 중국이 거기에 대해서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안보리 상임 이사국 중의 하나인 중국이 거부하면 그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이제 단독 제재로 들어가고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걸 채택할 겁니다. 그런데 세컨더리 보이콧이 북한에 압박이 되면 압박이 되는 대로 더 세게 반발할 거고 압박이 되지 않으면 압박이 되지 않는 대로 북한은 자기 계획대로 미사일 발사하고 필요하면 6차 핵실험도 하리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그때는 아마 북한을 불러낼 거예요.]

[앵커]

대화의 장으로?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네, 우리 몰래 그것도.]

[앵커]

몰래요?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우리 몰래.]

[앵커]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비공개 미북 단독 접촉을 하는 거죠.]

[앵커]

그건 북한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겠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그렇죠. 바로 북한이 바라는 게 그겁니다. 통미봉남. 요즘 브로큰 잉글리시로 코리아 패싱이라 그러던데 북한이 바라는 바는 한국을 빼고 미국과 직접 1:1로.]

[앵커]

그건 우리 정부도 바라는 바는 아니지 않습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아니죠. 현재 그렇게 안 되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합니다.]

[앵커]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바로 그런 행보를 취할 수가 없지만 한 두 달 지나고 나면 아마 이게 조금 지금과 같은 그런 격렬한 상황은 지나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미북 간에 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두고 그럴 경우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 거기에 개입을 한다고 할까 관여를 해서 적어도 대화가 시작될 때 빠지지 않고 N분의 1의 자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외교부는 그걸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미국의 군사작전은 아예 상정을 안 하고 계신 거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그건 저는 어렵다고 봐요. 왜냐하면 말로는 정밀타격이니 무슨 서지컬 스트라이크니 그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리고 군인들은 그런 얘기하기 좋아하죠. 하지도 못하면서. 그런데 만약 타격을 하려고 할 것 같으면 북한에 지금 핵무기가 미국에서 10개 내지 20개 있다고 추정을 하는데.]

[앵커]

추정일 뿐이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그렇죠. 그게 지하에 숨겨 있을 거 아니에요. 그게 어디 있는 줄 알고 때립니까? 어디 있는 줄 알고 때려요. 그리고 잘못 때리는 경우에도 피해는 생기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북한 가만히 안 있죠. 반격하죠. 그럼 그게 제2의 한국전쟁이에요. 그러니까 정밀타격을 해서 군사적으로 공격을 해서 북한을 손들게 만들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데, 과연 우리가 지금 5000만 인구를 가진 11대 경제 대국이 전쟁으로 이걸 폐허로 만들 용기가 있는지, 그럴 각오가 돼 있는지 그걸 반문하고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또 중국의 정치적 역할도 있기 때문에.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물론이죠.]

[앵커]

많이 운위되는 얘기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들어가면 바로 중국은 개입할 겁니다. 6·25 때 개입하지 않았습니까?]

[앵커]

오늘 일부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 그러니까 김정은 제거 작전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라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는데 이거 저희들이 확인해 보니까 그거 받아 쓰면 오보된다고 해서 아예 지금 쓰지도 않고 있습니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있을 수가 없죠. 있을 수가 없죠. 상상력으로 쓴 기사 같은데.]

[앵커]

알겠습니다. 제가 한 가지만 여쭤볼 게 있는데요. 이건 저희가 오늘 보도는 안한 겁니다마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아직까지도 미국 외교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이 사람이 뭐라고 얘기했냐 하면 북한 붕괴 후에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과의 협상카드로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 다시 말하면 중국의 어떤 여러 가지 우려를 덜어줌으로써 어떤 중국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하시겠습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글쎄요. 키신저도 연세가 많이 들다 보니까 총기가 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앵커]

들으면 서운해하겠습니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들으면 서운하겠죠. 그러나 중국이라는 나라가 키신저 박사가 활동하던 시절에, 그러니까 70년대 초 아닙니까? 70년대 초의 중국이 아닙니다, 지금. 이제 미국하고 힘 겨루기를 하는 중국 아니에요? G2 아닙니까. 그리고 태평양도 나눠쓰자고 하는 그런 상황인데 지금 키신저 얘기는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북한에게 친중 완충국가를 만들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인데.]

[앵커]

중국이 하도 안 움직이니까 답답해서 나온 말 아닐까요?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글쎄요. 답답해서 나온 얘기겠지만 그건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왜냐하면 아까 정 전 장관께서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아무리 해도 북한이 움직일 것 같지 않으니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어떤 명분 같은 것을 생각하다 보니까 키신저 전 장관도 그런 얘기를 한 것이 아닐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그런 생각을 한 것 같고 그렇게 해서 핵을 포기시키는 대신 미군 철수해 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지만 그건 미국의 국가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봐서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이 여기서 나가면, 주일미군밖에 없습니다. 주일미군에게 주한미군은 입술과 같은 존재예요. 태평양을 지키는 데 최전초기지입니다. 최전초기지에서 미군이 물러난다? 그러면 태평양을 어떤 점에서는 중국에게 반은 내준다는 얘기가 돼요. 그걸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좀 답변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정부는 신베를린 선언까지 했다가 북한이 저렇게 나오는 바람에 일단 주춤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고 동시에 이제 강경대응을 예고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써 정부는 다른 선택을 할 만한 여지는 없어 보이지 않습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워낙에 신베를린 구상이라고 하는 것 베를린 구상이라고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추진할 대북 정책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당장 미사일 발사로 인해서 추진할 수는 없게 됐어요. 그러니까 5년짜리입니다. 5년짜리인데 저는 금년 하반기가 되면 이 핵 상황이 또는 미사일 상황이 좀 바뀌리라고 생각해요.]

[앵커]

왜 하반기로 딱 정하십니까?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북한이 이제 계속 밀어붙일 겁니다. 그러면 미국이 아마 선회를 하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 분위기로 돌아설 가능성이 저는 높다고 봅니다. 현장경험을 통해서 볼 때 미국이 북한이 세게 밀어붙이면 특히 벼랑 끝 전술을 쓰면 쓸수록 미국이 결국은 북한을 끌어안더라 이거죠. 경험에 입각해서 보면 이거 오래 가지는 않을 거고 내년부터는 신베를린 선언이라고 할까, 베를린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다시 전개되리라고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다 지켜봐야 할 일이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변인이 생길 수 있는 거니까요. 그건 좀 참고해서…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 국제 정치도 정치이기 때문에 범부의 일생보다 긴 것이 정치의 하루 아닙니까?]

[앵커]

알겠습니다. 기억할 만한 말씀을 남겨주시네요. 정세현 전 장관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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