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을 당대표 경선자금으로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용기(43) 비서실장의 23일 새벽 검찰 조사 직후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실장이 '비밀 장부'나 '추가 리스트' 등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 반면, 홍 지사의 의혹에 대해선 "검찰에서 다 말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실장이 1억원의 전달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 아니냐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날 오전 9시46분께 검찰에 재소환된 이 실장은 전날 오후 2시께부터 12시간 정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이 사실인지, '성완종 리스트'의 내용이 사실인지, 비밀장부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일관되게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전 부사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검찰에서 다 말했다"고 답했다.
이는 이 실장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이 전달된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이 언제·어디에서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등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털어 놨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사흘 전인 지난 6일 윤 전 부사장이 입원한 병실을 찾아 홍 지사에게 돈이 전달된 내용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함께 이 실장도 동행했으며, 이 실장은 당시 대화 내용을 녹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실장을 재소환한 것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이 검찰에서 1억원 전달 과정에 대해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소환 일정 또한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1억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기초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