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원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65) 전 국무총리가 금품 전달 당시 상황을 모두 복원한 검찰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금품 전달 시점을 전후로 성 전 회장의 모든 동선과 행적을 복원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진술도 확보했다며 이 전 총리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으면서도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도 금품 공여자의 진술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전 회장이 3000만원을 들고 자신의 수행비서 등과 함께 2013년 4월4일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 방문했을 당시 상황뿐만 아니라 그 돈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모두 복원해냈다.
특히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금모씨와 운전기사 여모씨, 이 전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 윤모씨 등으로부터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독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진술과 함께 성 전 회장 차량의 고속도로 하이패스 기록, 이 전 총리 차량의 GPS(위성항법장치) 기록 등도 분석해 "두 사람이 같은 시점에 동일한 장소에 있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전 총리 측도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 자체에 대해선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성 전 회장을 어딘가에서 본 것으로 기억하며, 선거사무소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전 총리 측은 선거사무소에서 독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후보 등록 첫 날이었던 만큼 현장에 여러 사람이 몰렸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을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금씨 등 독대를 목격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공통된 진술이 있는 만큼 두 사람이 실제로 독대를 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부인할수록 금품 수수 의혹 역시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이 전 총리 측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등이 돈이 들어있는 쇼핑백이나 봉투 등을 독대 현장에 놓고 돌아갔다고 해도 이 전 총리가 이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검찰이 복원한 상황은 원점에서 재검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 쇼핑백이나 봉투 등을 봤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
이 전 총리가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 것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으로 읽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