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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상황서 속수무책…노인시설 안전설비 기준 '허술'

입력 2018-02-0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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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밀양 화재 참사로 노인 요양 시설의 안전 기준이 얼마나 부실한 지가 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노인들은 이른바 재난 약자로 분류되지만 약자를 위한 장치와 배려는 있는 곳보다 없는 곳이 더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포항을 뒤흔든 대지진 속에서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환자들은 재난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최모 씨/요양환자 가족 : 간병사분들이나 가족들이나 환자들이나, 이동을 아무도 못하고 있었죠. 엘리베이터가 다 섰으니까. 발만 동동거리고. 5~10% 정도만 자가 보행이 되고요.]

밀양화재를 보며 남 일이 아니라고 느낀 것은 그래서입니다.

[최모 씨/요양환자 가족 :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죠. 비상시에 탈출할 수 있는 슬라이드형으로 된 계단이 갖추어졌으면 좋겠는데…]

층수 제한이 없는 노인 요양시설은 일반 상가의 고층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는 재난상황에서 통로는 계단뿐이지만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를 보완해 구조대를 설치하지만 탈출을 위해서는 여러 명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11층 위에는 설치가 안 됩니다.

[요양병원 관계자 : 11층에서 불이 날 경우 밑으로 내려가고  (병원이 있는) 12층에서 불이 나면 위로 올라가고요.]

계단을 이용한 소방 대피 훈련을 하기도 하지만 직원 한명이 환자 여러 명을 맡는 현실상 실제 적용이 어렵습니다.

반면, 유아동이 이용하는 시설은 4층 이상에 입주할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등 안전 설비 기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가 건물 8층과 9층에는 노인 요양시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법상 같은 건물에 있을 수 없는 노래방과 클럽도 여러 군데 입점해있는데요.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실제로 화재 위험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건축법은 노래방과 클럽 같은 위락시설을 화재를 막는데 장애가 되는 것으로 봅니다.

노래방과 클럽이 사용하는 층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역력합니다.

노인 요양시설이 있는 건물의 비상계단입니다.

이곳에는 흡연 금지라는 안내가 있지만 아래쪽을 보시면 버젓이 재떨이까지 마련을 해놨는데요.

이곳 유흥주점에 방문한 사람들이 벽에 담뱃불을 비벼끈 흔적이 사방에 가득합니다.

심지어는 천장을 보시면 담배꽁초를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감사원이 이를 적발하자 해당 요양시설에 시정을 요구하는 40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지만 요양시설은 구청의 잘못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복지시설 관계자 : 인테리어만 10억 (들었어요.) 스프링클러 뭐 이런 거 다 (지자체가) 허가 내주고 그대로 한 것밖에 없는데…]

소방법을 어긴 경우도 많습니다.

비상계단 앞이 휠체어로 막혀있거나 비상구 문이 잠겨있습니다.

5층에 있는 노인 보호소에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는 이 계단이 유일한 통로입니다.

하지만 이 계단으로 통하는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현관에 경사로가 없거나 지난해 의무가 된 자동문 설치가 안 된 곳도 있습니다.

인천시가 긴급점검에 나선 결과, 비상구 등 교체가 필요한 곳 등이 발견됐고 서울에서는 복도를 철문으로 막아두거나 화재경보가 울려도 자동문이 열리지 않는 곳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계단으로 대피하지 못하는 시기가 옵니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안전 기준과 점검이 필요해보입니다.

(인턴기자 : 조다운·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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