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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일 '예루살렘=이스라엘 수도' 공표…중동서 거센반발

입력 2017-12-06 16:55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작업도 지시키로…중동 지역 美외교관들 '긴장'
사우디 "전세계 무슬림 자극할 도발", 팔레스타인 "극단주의 손에 놀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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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작업도 지시키로…중동 지역 美외교관들 '긴장'
사우디 "전세계 무슬림 자극할 도발", 팔레스타인 "극단주의 손에 놀아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추진한다.

여러 민족과 종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예루살렘 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기조 변화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는 5일(이하 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오후 1시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그는 이 문제를 역사적 현실과 현대적 현실의 인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이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의 수도였으며, 현재 총리공관을 포함한 대다수 정부기관의 소재지라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텔아비브에 있는 주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라고 국무부에 명령할 방침이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점을 인정하는 실질적인 후속 조치인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이전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에 따라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동안 대사관을 실제로 이전하는 대신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6개월마다 이전을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해왔다.

이 관계자는 "대사관 부지를 물색하고, 보안 문제 해결책을 찾고, 새 건물을 설계하고, 재원을 확보해 건축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참모들을 인용해 대사관 이전에 최소 3∼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은 조치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미국의 외교 정책을 뒤집는 것이자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고 외신들은 꼬집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염려된다.

NYT는 예루살렘 수도 인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외교적 계산이 아니라 선거 공약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결정은 미국의 복음주의자들과 친 이스라엘 후원자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에 2천500만 달러(약 273억 원)를 쾌척한 거액 후원자인 셸던 애덜슨이 포함돼 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유대인 단체와 기독교 단체의 친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연락, 이번 결정과 관련해 6일 오후 진행될 컨퍼런스콜에 초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은 물론 친미 성향의 중동 국가들조차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후폭풍을 예고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 정상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서 일제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은 "미국 대사관을 옮기는 것은 전세계 무슬림의 감정을 자극할 위험한 도발"이라고 경고했고,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성명을 내 "중동 지역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의 대통령이 극단주의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WP는 전했다.

팔레스타인은 6일부터 사흘 동안 영토 전역과 전 세계 미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항의하는 저항운동과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 직원과 가족 등을 대상으로 경비 강화를 당부하는 등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특히 예루살렘 주재 미 영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겐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방문 금지령까지 내렸다.

실제 지난 2012년 9월에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무장세력이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을 공격,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틴 인디크 전(前)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NYT에 "원하는 것을 요령있게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예루살렘은 어떠한 요령도 통하지 않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게 불확실성을 제거해 오히려 평화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랫동안 미국은 평화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로 애매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미국 대사관의 위치가 평화협상의 소재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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