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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사랑이 부른 일탈, 현직 검사의 몰락…어떻게?

입력 2014-01-25 20:00 수정 2014-01-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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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직 검사가 자신이 수사했던 연예인의 부탁을 받고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했다는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죠.

우리 사회에 또 한 번 충격을 던진 현직 검사의 비리 사건. 조택수, 류정화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검은색 호송 차량이 주차장을 나옵니다.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뒤엉키고, 한바탕 아수라장이 된 뒤에야 차량이 빠져나갑니다.

[다쳐 다쳐 이제 그만하시죠.]

차량에는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한 남성이 타고 있었습니다.

춘천지검의 37살 전 모 검사입니다.

범죄자를 잡는 현직 검사가 피고인이 된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약 1년 전, 방송인 에이미가 법원을 빠져나옵니다.

전신마취제인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직후입니다.

[에이미/2012년 11월 : 이제 정말 잘할게요. 사회에 봉사할게요. 모범적으로 살게요.]

에이미를 구속시킨 당사자가 바로 전 검사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범상치 않게 발전했습니다.

[에이미/JTBC NEWS9 (지난 21일) : 안에 있을 때 제가 3통의 편지를 보냈고요. 보낸 내용은 저도 거기(교소도)를 들어갔다 오니까 많은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취재진이 입수한 편지입니다.

정말 고맙다며 다른 모습으로 빨리 보고 싶다고 적혀 있습니다.

재판 내내 전 검사만 바라봤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현직 검사와 수사 대상자가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에이미/2012년 11월 : 맨 처음에는 저한테 무섭게 해주셨는데 그것 때문인지 나중에 좋은 말도 해주시고 책 같은 것도 주시고 이랬거든요.]

특히 에이미가 교도소에서 성형수술 후유증에 시달리자, 전 검사가 일종의 죄책감과 함께 연민의 정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미 : 있는 동안에 잘못된 거니까, 앉지도 못하고.]

함께 에이미의 부모님을 만났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에이미/JTBC NEWS9(지난 21일) : 출소 후에 한 달 후부터 만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에이미가 성형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며 병원에 재수술 등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자, 전 검사에게 부탁을 한 겁니다.

[에이미 : 그 병원이랑 하도 많이 싸워서 대화가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전 검사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현직 검사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에이미/JTBC NEWS9(지난 21일) : 제가 자꾸 아프니까 그것 때문에 화나셔서 다소 거칠게 표현하신 부분이 있지만, 저를 감싸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

[앵커]

이번 사건을 취재한 조택수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현직 검사가 수사 대상자와 사랑에 빠져 이 여성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의사, 검사, 연예인이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대검찰청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구성해 봤습니다.

+++

현직 검사의 공갈 사건은 재작년 11월 시작됩니다.

연인 에이미의 부탁을 받은 전 검사는, 성형외과 원장 43살 최 모씨를 개인적으로 접촉했습니다.

'내가 에이미를 구속한 검사다', '내가 다른 병원을 압수수색하게 했다', '재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이 병원을 압수수색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최 원장은 에이미에게 재수술을 해줬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엉덩이에 보형물을 넣는 수술이었는데, 최 원장이 염증 치료 등을 이유로 추가 수술을 미루자, '병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크게 실수한 것 같다. 각오하라'는 얘기도 전달했습니다.

[이준호/대검찰청 감찰본부장 : (재수술을 해주지 않으면) 압수수색 등의 방법으로 병원 문을 닫게 하겠다고 협박 취지로 (말을 한 혐의입니다.)]

결국 최 원장은 세 차례에 걸쳐 재수술을 해줬고, 이후에는 기존 수술비와 치료비 명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2,250만 원을 전 검사를 통해 에이미에게 보냈습니다.

특히 전 검사는 이 과정에서 최 원장이 연루된 검찰의 내사 사건을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묻힐 수도 있었던 이번 사건은 엉뚱하게도 한 여성이 최 원장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30대 여성 김 모씨가 성형외과 원장 최 씨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는데, 전 검사와 최 원장 사이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고 경찰에 관련 내용을 진술하면서 급기야 검찰까지 나서 수사에 들어간 겁니다.

최 원장은 김씨와 한 때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라며 김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습니다.

[최 원장 병원 관계자 : (김씨가) 경찰에 가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해요. 다 거짓말이니까 저희는 조용히 무고죄로 들어가 있어요.]

여기에 전 검사가 김씨의 협박을 받아 거액을 뜯겼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전 검사와 최 원장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김 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 모씨/성폭행 피해 고소인 : 협박을 왜 저한테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고, 저는 협박을 안 했다는 증거가 있으니까.]

+++

[앵커]

그런데, 최근 여러 차례 검사 비리가 불거졌고 그 때마다 검찰에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기자]

검찰 내부에서도 그 점을 허탈해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전 모 검사가 에이미를 처음 만난 시점이 세상을 놀라게 한 '검사실 성 접촉' 사건이 터질 무렵이거든요.

결국 검찰총장까지 사퇴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현직 검사는 피고인과 사랑에 빠지고, 이해관계에까지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조금 더 보시겠습니다.

+++

부장검사가 고소인으로부터 자동차 선물을 받은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

내연 관계에 있던 변호사 관련 사건을 동료검사에게 청탁해주고 벤츠와 샤넬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벤츠 여검사 사건.

그리고 부장 검사가 수억 원을 챙긴 김광준 검사 사건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사 비리에 국민들은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 처벌하는 검사가 더 큰 허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검찰은 반성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가 자신이 수사하는 여성 절도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결국 검찰총장이 사퇴했습니다.

[한상대/전 검찰총장 :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등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 드린 것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또 한 번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채동욱/전 검찰총장(지난해 3월) :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잘 된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러나 새 검찰총장은 혼외아들 의혹 속에 물러났고, 법무차관까지 민망한 소문이 퍼지면서 검찰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새로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도 다시 또 한 번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김진태/검찰총장(지난해 10월) : 어려운 시기에 잘 할 수 있을지는 저도 참 걱정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지만 김 총장 취임 두 달이 채 안 돼, 검사가 사상 처음으로 공갈 혐의로 구속되는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자신이 구속시켰던 연예인을 위해 병원 원장에게 돈을 받아 준 전 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공갈과 변호사법 위반, 두 가지입니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준호/대검찰청 감찰본부장 : 검찰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사안이 매우 중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후 구속기소하게 됐습니다.]

전 검사 측은 공갈이 아니라 연인인 에이미를 사적으로 도와줬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에이미/JTBC NEWS9(지난 21일) : 애틋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검사로서 직위를, 공권력을 행사한 건 아니고요.]

그 근거로 전 검사가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에이미에게 1억 원 넘는 돈을 줬다는 사실을 제시합니다.

공갈을 당한 것으로 지목된 최 원장도 협박 당한 사실을 부인합니다.

[성형외과 관계자 : 전 검사님이 개입이 되니까 그제서야 해준 것처럼 얘기하지만 저희는 재수술을 그전에 해줬어요.]

다음달 12일부터 열리는 재판 과정에서 수사 검사와 전 검사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또다른 혐의인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선 최 원장이 검찰의 내사 사건 처리를 부탁하고 전 검사가 알아봐주겠다고 답한 사실은 양측 모두 인정하지만, 실제로 알아보지는 않았다는 게 전 검사 주장이어서 이 부분도 검찰과 전 검사 사이에 논쟁이 예상됩니다.

이번 사건으로 검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법무부는 검사 적격심사 기간을 기존 7년에서 4년으로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 중입니다.

과연 여기서 각종 비리 검사들을 제대로 걸러낼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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