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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새누리 전당대회, 막판 '오더 투표' 논란 확산

입력 2016-08-08 18:49 수정 2016-08-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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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내일(9일)로 다가왔습니다.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친박계가 이정현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돼 비박계가 반발하는 등 막판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비박계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여있죠. 각 계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문자가 대량으로 발송돼 이른바 '오더 투표'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발제에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막판 판세를 점검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은 간단한 영어 문장부터 배워보겠습니다.

I'm under orders to support someone.

네, be 동사+under orders, 자주 쓰는 표현이죠? 가끔 수능에도 나옵니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았다, 이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이 문장은 이렇게 해석이 되겠죠. '나는 누군가를 지지하라고 명령을 받았습니다.'

자, 시작부터 웬 영어 얘기냐 하실텐데, 내일로 다가온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희한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오더 투표' 논란입니다.

지난 주말 이런 문자가 일부 당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투표합시다. 기호1번 호남의 자랑. 이정현 후보'

이 문자를 두고 비박계에선 이정현 후보를 지지하라는 오더, 즉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주호영 후보가 비박 단일 후보로 정해진 뒤, 친박계가 이정현 후보를 노골적으로 밀고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병국 의원/새누리당 (어제) : 그동안 언론에서 청와대 출장소냐, 라고 했는데 아마 출장소가 아니라 부속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네, 정병국 의원이 어제 이렇게 비판했는데, '청와대 부속실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청와대 수석 출신인 이정현 후보를 직접 겨냥한 말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친박계가 이정현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는 강하게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합동연설회가 끝난 직후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비공개 회동을 열고 이정현 후보를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이정현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를 지지하라고 이야기를 해뒀다."

자, 보십시오. '이 후보를 지지하라고 이야기를 해뒀다", 이게 바로 오더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친박계만 오더가 내려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엔 이런 문자도 대량으로 발송됐습니다.

'당대표 주호영 후보, 최고위원 강석호, 이은재 후보, 주위 당원들께 권유합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이 문자에 등장하는 이름들, 모두 비박계 후보들입니다. 비박계에서도 모종의 오더가 내려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친박계를 향해 '오더 투표'하지 말라고 나무라기만 할 수 없는 처지인 것 같습니다.

자, 이렇게 양측이 '오더 투표'로 맞서고 있는 건, 전당대회가 사실상 이정현-주호영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박계는 얼마전 주호영 후보로 단일 후보를 정리했죠? 주 후보는 오늘 아침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비박계 표결집을 시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정현 후보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이 시작됐고,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고 있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됩니다.

이렇게 이정현 대 주호영 양강 대결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초조해진 건 이주영 후보입니다.

이 후보는 경선 기간 내내 친박 성향을 드러냈다가 중립 성향을 드러냈다가 하면서 "계파 줄타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어제는 작심하고 양쪽 계파를 함께 비판했습니다.

[이주영/새누리당 대표 경선 후보 (어제) : 문자메시지, 전화해가지고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오더가 지금 전국적으로 난무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후보와 이정현 후보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오더 투표'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오늘 아침 신문에 이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습니다.

주호영 후보가 이정현 후보를 쓰담쓰담 하는 장면인데, 참 훈훈해보이죠?

저렇게 웃고는 있지만, 사실 속내는 복잡했을 겁니다. 아마도 이런 속내가 아니었을까요?

주 후보는 "친박 오더 그만", 이 후보는 "비박 오더 그만".

오늘은 시 한편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해드립니다. 정치가 시를 만났을 때~

허연 시인의 '면벽'이란 시에서 발췌했습니다. 얼마전 한 시청자가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보느니 벽보고 잠이나 자겠다"고 했는데, 그 말씀을 듣고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이 시에서 '세상'이란 말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벽을 보고 누워야 잠이 온다. 그나마 새누리당을 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자세다'

전당대회가 코앞에 닥쳤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렇게 냉담한 반응입니다. 국민의 오더가 아니라 '계파 오더'만 떠받드는 후보들 탓입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새누리 전대, 막판 '오더 투표'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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