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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손자 잃은 곳에서 사망…불안한 '죽음의 도로'

입력 2016-02-0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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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국도 가운데 '죽음의 도로'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그만큼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얼마 전 이 도로를 건너던 한 할머니가 10년 전에, 손주를 잃은 곳에서, 안타깝게 숨진 사고도 있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8일, 46번 경춘국도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맞은 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넌 70대 할머니는 바로 이곳에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뿐 아니라 또 다른 차량을 이곳에서 부딪혔고 바닥에는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박성진/강촌 119안전센터 소방교 : 제가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시신이 저기 (있었고요.) 즉사한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에) 시신을 인계했습니다.]

이 횡단보도는 76세 조모 할머니가 10년 전 중학생이었던 손자 남모 군을 잃었던 곳입니다.

마을 주민에게는 이미 공포의 도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윤옥자/강원도 춘천 안보리 : (차들이) 그냥 막 가. 어떨 때는 '미쳤어, 미쳤어' 이러면서 간다고.]

[손창구/강원도 춘천 안보1리 이장 : 20여년 동안 (우리 지역주민의) 사상사고가 일어난 것이 21명이고, 계산해보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고 현장을 자세히 보시면 중앙에는 간이 중앙분리대가 있는 데다가, 과속단속 카메라는 한쪽에만 설치돼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이 적지 않습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살펴봤습니다.

사고지점으로부터 300m 떨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가운데를 보시면 이처럼 중앙분리대가 굉장히 높게 설치돼 있어서 도로 맞은편의 상황을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앞쪽에는 언덕이 있어서 횡단보도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횡단보도 근처까지 갔지만 앞에 가는 차량도 언덕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버스 운전자 : 횡단보도가 잘 안 보여요.]

[김병수/버스 운전자 : 시속 80㎞로 달리다가 노란불을 보고 나서 제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위험한 곳은 이뿐만 아닙니다.

1991년 개통된 이 도로는 춘천시 외곽 우회도로인 일명 잼버리 도로입니다.

그런데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약 1km 구간에 최근 7개월 동안 3명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요.

보시다시피 왕복 4차선 도로로, 일직선으로 뻗어있습니다.

[서원용/강원도 춘천 고은2리 이장 : 자기 자신도 언제 또 사고 날지 모르니깐, 항상 불안해요. 로터리에서 4명 돌아가시고요. 이 구간에서 4명, 저 위에서 2명 돌아가시고요.]

[이명희/강원도 춘천 신촌리 : 차가 그냥 달려요. 사고가 너무 많아요.]

방금 지나간 차량의 속도입니다. 이곳의 제한속도인 시속 80km를 훨씬 넘어선 수치인데요.

뒤쪽을 보시면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만, 주변 어디를 살펴봐도 과속단속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횡단보도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은 없고, 가로등도 한 개밖에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한재경 교수/교통안전공단 강원지사 : 차량이 정체되지 않는 도로예요. (속도제한) 표시가 많이 없어요. 구간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 제일 좋죠.]

보행자뿐 아니라 차량 간 사고 발생 우려가 큰 도로도 있습니다.

10년 만에 개통한 경기도 여주의 한 국도.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지만, 진입로가 높아 마주 오는 차량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와 경찰, 국도사무소 등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죽음의 도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택영 박사/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 국도의 경우에는 관리 주체가 조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관리가 소홀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죽음의 도로'로 불리는 도로들. 관계부처의 안이한 대응 속에서 불안감만 커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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