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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록 바로 위에 비밀번호가…주택가도 안전불감증

입력 2016-04-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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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전 공무원시험 응시생에게 정부청사가 한순간에 뚫렸을 때, 사무실 도어락 옆에 써있는 비밀번호 얘기가 많이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 옆에 고스란히 적혀있는 비밀번호는 주택 건물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이문동의 한 대학가 일대입니다. 주변에 보시면 이처럼 원룸촌이 형성돼 있는데요.

그런데 원룸으로 들어가는 현관 입구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이처럼 도어록이 설치돼 있습니다.

도어록 바로 위 벽면에 보시면 이렇게 유성펜으로 숫자에 특수문자까지 적혀있는데요.

그대로 도어록에 입력해보니깐 이처럼 문이 열립니다.

바로 옆 건물도, 벽 이음새에 적힌 비밀번호를 그대로 입력하니 문이 열립니다.

또 다른 건물 역시 비밀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잠금 장치도 설치돼있지만, 번호를 넣지 않아도 문이 열립니다.

잠금장치 전원을 아예 꺼놓은 겁니다.

이문동의 또다른 건물 입구에도 이처럼 도어록이 설치돼있습니다.

문은 굳게 잠겨있고요.

그런데 도어록 주변에 보시면 이처럼 한 군데도 아니라 여러 군데에 이처럼 비밀번호가 적혀있습니다. 뒤쪽에도 적혀있는데요.

비밀번호 숫자 앞을 보시면 한글로 '열', 끝에는 '종'이라고 써 있습니다.

바로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열쇠버튼을 누르고, 종을 누르면 열린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자세히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건 이곳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택배기사 : 여기 적혀있고, 여기 다 적혀있어, 여기 싹 다.]

[강성미/서울 이문동 : (적힌 것 알고 계셨나요?) 네, 관리자분한테 여기 문 어떻게 따고 들어 가냐고 했더니 밑에 써있지 않냐고 다 알고 계시는데 그냥 두시더라고요.]

이 일대 모두 비슷한 상황.

[원룸텔 거주자 : 불안하긴 하죠. 아무래도 번호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보니깐요.]

수색동에 있는 이곳도 건물 안과 또 밖에서 이처럼 어렵지 않게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건물 입구에서부터 얼굴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게 되지만, 그 과정이 생략되는 겁니다.

범죄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빈 사무실을 털고 있는 50대 남성.

이 남성은 지문 자국이 남은 낡은 도어락을 노려 150여차례 절도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실제로 이런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서로 구로동의 한 빌라입니다.

이곳 잠금장치의 버튼을 자세히 보시면 이렇게 특정 번호 주변이 심하게 낡아있습니다.

옆에 보시면 이곳도 비밀번호까지 적혀있어서 이대로 누르면 문이 쉽게 열립니다.

거주자들도 황당해 합니다.

[원룸텔 거주자 : (비밀번호는 맞나요?) 아, 네. 몰랐는데 누가 적어놓은 거지?]

누군가 편의에 의해 적어놓았다는 겁니다.

[배달원 : 오토바이 배달하는 사람들이 적어놓은 것 저희가 보고 하는 거예요.]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이 일대에 도어록이 설치된 곳 모두 문을 여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택배기사나 배달원 역시 쉽게 도어록을 열고 들어갑니다.

[택배기사 : 수업 중이라 (학생들이) 전화를 안 받잖아요. 우리가 아는 데는 다 이렇게 적어놓고요.]

하지만 이를 지워달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원룸텔 관리인 : (지워달라는 말은 안하던가요?) 신경 안 써요. 그거 바꾸면 난리 나요, 여기.]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원룸촌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아예 들어가 잠복을 해있다든가…생활 속의 편리함이 우선되다 보니까 보안이나 생활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잠금장치에 비밀번호가 적혀있어 문제가 됐던 정부서울청사 내 사무실입니다.

그런데 정부뿐만 아니라 내 집 앞 보안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뻥 뚫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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