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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는 퇴진' 압박에 박 대통령 선택에 주목

입력 2016-11-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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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는 퇴진' 압박에 박 대통령 선택에 주목


새누리당 안팎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수습책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날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계 중진들이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질서 있는 퇴진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29일에는 친박계 의원들이 대부분인 당 초선 의원들도 질서 있는 퇴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미 지난 27일 박관용·김수한·김원기·임채정 등 전직 국회의장과 정계 원로들도 ▲내년 4월까지 하야 ▲거국중립내각 구성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개헌 등을 내용으로 한 '명예로운 퇴진'을 촉구한 터여서 탄핵정국으로 돌입하기 전 야당이 주장했던 질서 있는 퇴진론이 다시 부상하는 모양새다.

질서 있는 퇴진론의 골자는 '특정 시점을 못박은 하야 선언→여야 합의에 따른 총리 추대→거국중립내각 구성→조기 대선'이다. 촛불민심이 갈수록 거세지고 박 대통령의 운명도 탄핵으로 좁혀들고 있는 가운데 '명예 퇴진'을 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자는 게 요지다.

그러나 이는 하야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박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헌법체계 내에서 사태 수습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에서 하야나 퇴진은 헌법절차를 벗어난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헌정중단 사태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며 "새누리당의 건의도 그런 관점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을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자 피의자로 본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강하게 부인해 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는데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검찰 수사 결과를 인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 야권에서 먼저 제기됐을 때도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선을 그어 오다가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정연국 대변인)며 오히려 탄핵을 요구했던 점도 거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입장을 변론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고, 재판도 열릴 수 없어 유무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억울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요구한 이유도 헌법재판소의 심판 절차를 통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탄핵과 특검 정국으로 사태를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박 대통령에게는 '최후의 보루'였던 친박계 수뇌부에서조차 퇴진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기각으로 결론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에 의해 축출되는 대통령이란 오명을 안게 된다. 역사에 오점을 남긴 대통령으로 남느니 최소한의 명예라도 챙기는 쪽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설득에도 끝내 사의를 거두지 않았던 것처럼 탄핵정국에 접어들면 정권 붕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더 거세지는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이나 각료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도 사태 수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질서 있는 퇴진 요구의 수용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로들의 제언도 있었고 여러 말씀들을 경청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또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이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과 연계된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따서라 박 대통령의 퇴진이 개헌과 연결된다면 국정농단 사태로 물러나는 와중에서도 '개헌을 이뤄낸 대통령'이라는 명분은 챙길 수 있기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고 대통령의 퇴진에 집중할 때'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박 대통령이 퇴진 요구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야당이 퇴로를 열어주느냐는 문제도 변수로 남는다. 박 대통령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퇴진을 결심한다 해도 야당이 탄핵을 밀어붙이면 의미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국회 탄핵안 가결을 방해하려는 꼼수"라며 새누리당의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비난하고 탄핵안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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