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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활력소, 지금은 갈등의 씨앗'…벽화마을 갈등

입력 2016-10-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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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벽화마을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특색있는 벽화,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벽화들을 두고 주민들은 불만을 호소하면서 벽화가 훼손되거나 없어지는 곳들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수원시 행궁동 벽화마을입니다.

담벼락을 따라 그려진 벽화가 낙후됐던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행궁동 벽화마을 '처음 아침 길'입니다. 이렇게 담벼락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져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집 담벼락은 나무 그림 위에 빨간색 페인트가 덧칠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벽화가 훼손된 건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앞집만 봐도 페인트가 곳곳에 칠해져있습니다.

그런데 벽화를 없앤 건 다름 아닌 이 마을주민이었습니다.

[김상용/주민 : 얼마나 열받고 화났으면 저렇게 빨간 페인트로 보기 싫게 칠해놨겠어요.]

지난달 30일 수원시는 벽화마을 내에서도 오래된 주택 10채를 문화시설로 지정·보존해 관광객을 위한 한옥 체험 마을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문화시설로 지정되면 재건축 등 개발 행위가 제한받는다는 게 문제. 결국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주민이 스스로 벽화를 훼손한 겁니다.

[이문자/주민 : 자기 집은 현대식으로 잘 꾸며놓고 남의 집은 노화되거나 부서진 집을 좋아하는 거야. 이게 무슨 경우야.]

5년 넘게 마을주민과 국내외 작가 500여 명이 함께 그려왔던 벽화가 하루 만에 훼손됐습니다.

이렇게 망가진 벽화 중에는 유명 작가의 작품도 있습니다.

벽면 절반가량이 빨간색 페인트로 덧칠해져 있습니다. 멕시코 작가의 그림인데 작가의 이름과 제작년도 멕시코-코리아라고 적힌 작은 글씨는 읽을 수 있습니다.

[양원보 학예실장/경기도 미술관 : 벽화를 잘 뜯어서 보존해도 수억 원 정도의 재산 가치가 있는 건데. 중남미 작가들이 마을 만들기나 지역 재생과 관련해 함께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존 문제로 갈등에 휩싸인 벽화마을은 이곳뿐이 아닙니다.

서울 종로구 이화 벽화마을입니다. 잉어가 그려져 있던 계단입니다. 지금은 회색 페인트가 덧칠해져 그림은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계단 끝 부분에 남아있는 파란색 페인트가 당시 그림을 추정할 수 있게 합니다. 건물 외벽을 보면 '조용히 해주세요', '재생사업반대' 라고 적힌 붉은 글씨도 읽을 수 있습니다.

벽화를 둘러싸고 주민과 주민 간의 갈등, 그리고 주민과 지자체의 갈등이 얼마나 격화됐는지 알 수 있는 대자보도 붙어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관광객의 소음 공해 때문에 쌓여가던 주민 불만에 도화선이 된 건 올해 1월 서울시가 발표한 재생사업 계획안입니다.

오래된 주택을 보존하겠다는 계획인데 일부 구역에는 음식점 같은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됩니다.

이 구역에 속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시작됐고, 반발이 극에 달해 벽화까지 훼손한 겁니다.

[박권영/주민 : (저희 집에) 이런 식으로 낙서를 엄청해놨어요. 벽화 때문에 사생활도 침해당하고 낙서, 소음, 쓰레기 뭐 이로운 점이 없습니다.]

한때 낙후된 동네를 화사하게 변신시키며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던 벽화가 오히려 주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겁니다.

벽화마을은 유명 관광지인 동시에 지금도 엄연히 주민이 살고 있는 주거지입니다.

벽화마을을 보존하는 건 좋지만 그 보존도 주민을 배려하는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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