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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일단 세워놓고 보자? '쑥스러운 동상'

입력 2016-10-1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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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명 인사나 역사적 인물의 삶을 기리고 업적은 본받기 위해 동상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성급하게 동상을 세웠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철거되면서 오히려 당사자들의 이름에는 누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상을 둘러싼 논란을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군포의 한 공원. 피겨스케이트 관련 조형물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습니다

이 안내문에 써 있는 것처럼 지역 출신인 김연아 선수를 상징하는 동상인 건데요. 정작 시민들은 이 동상이 김연아 선수와 닮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노현기/경기 군포시 산본동 : 전혀 안 닮은 것 같아서요. 일단 포즈는 비슷한 것 같은데 얼굴이라든지 이런 건 좀 의미가 별로인 것 같아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동상을 만든 지자체는 김연아 선수를 본 딴 게 아니라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습니다.

동상의 생김새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은 이곳뿐이 아닙니다.

충북 청주의 수암 벽화마을입니다. 곳곳에 유명 배우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촬영했던 드라마 속 등장 배우들의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상당수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임지애/인천 갈산동 : 지금 지진희랑 구혜선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알았어요.]

결국 마을 골목길에 설치돼 있던 동상은 주민들의 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마을 주민 : (동상이) 없다가 있으니까 시커멓게 저녁에 앉아 있으니까 무섭잖아. 그래서 저쪽으로 옮겼어.]

동상이 정치적이란 이유로 구설에 오른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 동상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김경진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 따님께서 현직 대통령인 상황에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관 앞에 동상을 세우는 건 아주 좀 부끄럽게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병권 원장/한국과학기술연구원 : 기부 희망자께서 동상을 갖다가 제작하시고 관련 절차를 밟아 달라고 그렇게 요청하셔서 그냥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아서 설치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이 됐던 동상. 과연 어디에 어떻게 설치가 돼 있는 건지 직접 가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논란이 된 건 연구원 본관 옆에 새로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연구원 측은 '설립자의 동상을 세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 동상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동상을 세웠다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인천의 한 대학이 세운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대학 학생 : 학생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떻게 없앨 수가 없더라고요. 왜 굳이 다른 인물 중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을…]

논란 속에 결국 사라진 동상도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생가에 조성된 공원입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유엔본부 건물을 배경으로 반기문 사무총장의 동상이 세워져있었고 그 밑에는 영문 이름까지 함께 새겨져 있었는데요.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생가 바로 앞에 있던 또다른 동상도 지금은 치워진 상태입니다.

[반기문 기념관 관계자 : 평화랜드 동상은 7월 11일 철거를 했고요. 이 포토존 동상은 9월 12일이요. 동상은 저기 종합운동장에 있을 거예요.]

군청에서는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말합니다.

[충북 음성군청 관계자 : 사무총장님한테 누가 될 수도 있을 부분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요. 언론에서는 자꾸 부정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까…]

동상은 누군가의 삶이나 업적이 기념할만하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할 때 세워야 합니다.

무작정 세웠다가 외면당하거나 옮겨지고 심지어 철거까지 당하는 동상이라면 그 동상의 주인공도 기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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