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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이유와 아이린'

입력 2019-11-05 21:45 수정 2019-11-0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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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한창훈 < 내 술상 위에 자산어보 > / 자료 : 문학동네

작가의 말처럼, 술이란 삶에서 떼어내기 어려운 참으로 요망한 '무언가'입니다.

어른이 되어야 알게 되는 맛.

아버지가 반주로 곁들이면서 '캬아~' 하는 모습을 도통 이해 못 하던 시절도 잠시…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으면 똑같이 '캬아~' 하는 소리를 내게 되는 것.

"내 입맛을 키운 것은 팔 할이 소주였다"
- 권여선 < 오늘 뭐 먹지? >

"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 까무룩 안동소주에 취한 두어 시간…"
- 안상학 < 안동소주 >

"내 입맛을 키운 것은 팔 할이 소주였다"고 말한 작가도 있었고, 술이 너무 좋아서 시집 이름을 아예 < 안동소주 > 로 붙인 시인도 있습니다.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 박노해 < 노동의 새벽 >

< 노동의 새벽 > 에 등장하는 소주의 위로는 차가웠지만 동시에 뜨겁기도 했지요.

한국인에게 술이란, 소주란 무엇인가…

도수가 자꾸 내려가 순해지는 걸 반기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옛날 이십몇도짜리의 이른바 '오리지널 소주'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그러니까 소주란 그 변천사마저도 우리에게 체화돼 있는 무언가…

그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문제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은 술병에 붙은 연예인 사진을 떼겠다는 것이었지요.

음주 관련 사망자 4910명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환자 2881만명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액 2조 2064억원
- 자료 : 통계청-국민건강보험공단(2018)

물론, 유난히 술에 관대한 문화 탓에 피해는 끊이지 않고. 

담배는 규제하면서 술은 왜 내버려 두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으니까 필경 궁리 끝에 내놓은 대안일 터인데…

그 모든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왜 사람들은 선뜻 공감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정작 세상에 술을 권하는 주체란 아이유도, 아이린도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이기 때문은 아닐까… 
 

아이린 때문에 술 마신 적 없다
차라리 정치인 사진을 붙여라
나라에서 술 먹을 일 없게 해주시라…
음주는 결론적으로 연예인 탓인가?

 

일하다가 배고픕니다. 소주 마십니다.
외롭습니다. 소주 마십니다…
다칩니다. 소주로 씻어내고 소주 마십니다…
동료와 시비 붙습니다. 소주 마시면서 화해합니다.

- 한창훈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

작가의 말처럼, 일하다가 마시고, 외로울 때 마시고, 싸우다가도 마시는 술…

시대가 바뀌었어도 술 마실 이유는 그대로인데 기껏 술병에 붙은 누군가의 사진이 우리를 술로 이끄는 것일까…

이렇게 말하면…

큰돈 들여서 모델을 구하고, 그 덕에 매출이 올랐다고 자찬했던 소주회사나 광고회사에선 서운할지 모르나…

아무튼 그건…

아이유 때문도, 아이린 때문도 아니라는 것…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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