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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불러내 대화?' 10대들이 빠져 든 사령카페 가보니

입력 2012-05-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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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격적이고 끔찍한 10대 청소년들의 살인사건 이면에는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령 카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을 소환한다는 건데 여기에 빠져드는 10대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심층취재부 이윤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의 용의자 4명은 모두 인터넷 사령카페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었습니다.

사령이란 귀신, 즉 죽은 자의 영혼이란 뜻으로 사령카페엔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가입해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사령카페를 검색해봤습니다.

공개된 것만 100개가 넘습니다.

한 포털사이트 사령카페엔 회원 수가 2천 명이 넘습니다.

사령카페 회원들은 주로 10대 청소년, 특히 여중생이 많습니다.

이들은 특정 주문으로 귀신을 불러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ㅇㅇㅇ/사령카페 회원, 14세 여중생 : 하얀 종이에 동그라미 그려 놓고. 연필 잡은 다음에 힘 빼고. 팔 부분 위로 올리면 그게 '손 빙의'가 되거든요. 그렇게 하면 저는 '손 빙의'가 됐었어요. (자주 되세요?) 네. 요즘 자주 되는데. 가끔씩 오래 걸리면 (사령이) 잡아주기도 해요. (느낌이 어떠세요?) 그냥 좀 찌릿하고. 뭔가 잡는 느낌이 들어요. (얼마 정도 걸렸어요? 시간이?) 저 3~4일 걸렸는데. 만일 착한 사람이면 1일 밖에 안 걸려요.]

사령카페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회원은 자신이 사령과 텔레파시를 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ㅇㅇㅇ/사령카페 회원, 15세 여중생 : 뭐라고 해야 되지…소환(귀신을 불러냄)을 할 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믿음인 거 같은데. (말이 오나요?) 사람마다 다른데요. 대화가 빨리 되는 사람도 있고. 반년이 지나도록 대화 한 번 못한 사람도 있고.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별다른 일이 없었다기보다는 죽은 분들도 계시고… 제일 처음에 소환했던 분들은 다함께 해요. ((회원들끼리) 모임 같은 것도 해요?) 사령카페요. 한 번 모인 적이 있어요.]

사령 소환은 90년대 후반, 여고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여고괴담'이란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분신사바' 놀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분신사바는 귀신을 불러낸다는 일본어 주술 주문입니다.

문제는 분신사바 놀이에 비해 사령 소환의 중독성이 훨씬 강하다는 겁니다.

[안석균/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문의 : 본성을 자극하고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일단 자녀분들이 실제로 그런 활동에 탐닉하는지 아닌지를 부모님들이 발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그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령 카페의 폐쇄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사령소환을 의심하는 사람에 대해선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필요 이상의 공격 성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살해된 대학생 김 모 씨도 사령카페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때문에 사령카페 회원인 자신의 여자 친구를 비롯한 용의자들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ㅇㅇㅇ/피해자 친구 : 헤어지자고 했대요. 그 카페를 나오라고. 카페 전체랑 (피해자) 혼자랑 의견 상의 싸움이 생겼대요. 트러블이…]

그렇다면 10대 청소년들은 왜 사령 소환 같은 비현실적 문화에 빠져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현실도피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지적합니다.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10대들이 지금 너무나 불안하고. 뭔가 자신들이 의존하고 싶고. 이러한 심리들이… 이렇게 여러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신이라든지 종교라든지 어떤 의식에 의존하면서…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러한 심리들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오늘(3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사령카페에 대한 경계령을 내리고 감시감독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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