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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코로나 동선 '주홍글씨'…상인들은 눈물

입력 2020-03-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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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확진자가 나오면 그 지역에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방역하고 동선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선 중요한 정보가 되지만, 이미 방역을 다 해서 안전해졌는데도 발길이 끊겨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며칠 전, 이 병원의 환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 주위 거리는 한층 더 한산해졌습니다.

지금이 점심시간인데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공개된 곳들,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요. 밀착카메라가 돌아봤습니다.

먼저 시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이준혁/서울 북아현동 : 코로나19 대처가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먼저 해결한 다음에 차후에 대처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주영/경기 남양주시 도농동 : 동선에 관계돼서 가게나 상가들이 피해를 보는 거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이 들어요.]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PC방.

곧바로 방역을 마쳤지만 이후에 동선이 공개됐고 운영이 힘들어졌습니다.

[PC방 사장 : 고객들한테 '아니야'라고 설명을 내가 어떻게 해. 사람들 그거 보지 않아. '확진자 다녀갔다'라는 것만 봐. 손가락질하면서 지나가.]

결국 한 개층 장사를 접었습니다.

[PC방 사장 : 15년 동안 PC방이 살아남았다는 게 젊은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를 거예요. 그런데 확진자 한 명이 다녀갔다는 그 말에 그냥 폐업이에요. 견딜 수가 없어.]

서점은 발길이 끊겼습니다.

[서점 관계자 : 전혀 사람이 안 와요. 열어는 놨는데. 오늘 다녀간 분이 없어요. 아직까지. 인터넷 들어가서 보면 떠요, 여기 OOO서점 다녀갔다는 게.]

카페는 문을 닫았습니다.

잠시 쉬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식당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식당 주인 :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해서 그 다음 날 방역을 바로 했어요. 지금 길어지고 있잖아요? 다른 가게 피해자가 분명히 생길 거란 말이에요.]

지자체들은 사태 초기부터 확진자들의 동선을 공개해왔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이 지역에 지자체에서는 홈페이지에 확진자들이 다녀간 장소의 상호명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확진자들이 어디를 다녀갔는지 정확하게 특정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역별로 제공하는 정보는 다릅니다.

저는 강남 한티역 근처에 나와 있습니다.

강남구청의 경우에는 확진자의 동선을 대략적으로만 나타내고 있는데요.

확진자가 이 근처에 있는 주점을 지나갔다고 하는데, 어딘지는 정확히 특정되지는 않는 겁니다.

공개 범위와 기준이 다른 겁니다.

동선이 공개될 때 조롱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딜 들렀냐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 판단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한 확진자의 가족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확진자 가족 : 공개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확진자 비밀 보호가 먼저 되어야겠죠. 학교에 가서 확진자라는 게 소문이 나면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난 9일 인권위는 확진자의 동선을 알릴 때 사생활이 필요 이상 노출된 사례가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해심이 발휘되는 곳도 있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해 잠시 가게 문이 닫혔습니다.

문 닫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입니다.

임시휴업을 알리는 글 주위로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한 번 몇 개 읽어볼까요. "빠른 쾌유하셔서 건강이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얼른 완쾌하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까지 온라인에서는 이곳을 조심하자는 글이 올라왔었는데, 지금은 응원을 하는 모습입니다.

[서주영/경기 남양주시 도농동 : 지나간 자리는 정부에서 또 소독을 다 하잖아요. 그런 걸 서로 좀 이해해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사태의 긴 터널을 지나가기 위해 조금 더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선 공개가 종종 과도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인신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가장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겠죠.

하지만 그 뒤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 불안감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인턴기자 : 정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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