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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밖에 몰랐던 천재 감독 이만희, 40주기 특별전

입력 2015-04-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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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화 '만추' 하면 많은 분들이 탕웨이가 나오는 김태용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시겠지만, 사실 원작은 고 이만희 감독이 만들었습니다. 40년 전 마흔네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나에겐 아직 만들어야 할 영화가 있다"는 말을 남긴 천재 감독 이만희를 추모하는 특별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주정완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이 많이 사나요? 삼포라는 데."
"한 여남은 집 살까? 정말 아름다운 섬이요."

떠돌이 인생 영달과 10년 만에 교도소를 나온 정씨는 술집에서 도망친 백화와 길동무가 돼 눈 덮인 산을 걸어갑니다.

냉혹한 현실에 상처 입고 방황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 고 이만희 감독이 평생 추구했던 영화의 주제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품었던 이 감독에게 첫번째 시련은 6.25 전쟁이었습니다.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입대해 직접 겪은 전쟁의 비극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초기 전쟁영화에 드러납니다.

"영희야, 울지마. 오빠 꼭 돌아올게."
"오빠, 총에 맞으면 안돼. 총에 맞으면 죽어. 오빠."

특수효과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실감을 내기 위해 실탄을 쓰는 위험한 촬영도 감수했습니다.

[서정민/촬영감독 (이만희 감독 영화 24편 참여) : 다 실탄을 쓴 거예요. 한 번도 다른 것 쓴 적 없어요. 그 당시는 그런 방법밖에 없었어요.]

이념보다 인간을 우선했던 이 감독에게 군사정권의 검열은 두 번째 시련이었습니다.

'7인의 여포로'가 북한군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된 1호 영화감독이 된 겁니다.

이후 멜로 장르로 관심을 넓힌 그는 '잊을 수 없는 연인'에 이어 '만추'로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만추'는 필름이 사라져 현재는 볼 수 없지만, 후배 감독들에 의해 세 차례나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멜로 영화도 검열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청춘의 우울한 하루를 그린 1968년작 '휴일'은 검열 당국에 의해 극장 개봉이 불허됐다가, 2005년 사라졌던 필름이 발견되면서 37년 만에 관객을 만났습니다.

다방면에 재능이 있던 이 감독은 월남전을 다룬 '고보이 강의 다리'에선 직접 주연도 맡았습니다.

세 번째 시련은 건강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눈보라 속에서 '삼포 가는 길' 촬영을 마치고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겁니다.

입원 중에도 영화 마무리를 위해 편집실과 녹음실을 오가던 그는 의식불명으로 다시 쓰러진 뒤 열흘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혜영/영화배우 (이만희 감독 딸) : 아버지는 신념의 사나이였고, 두려움을 몰라서 활활 타버린 결국 재가 된 자기파괴자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상자료원은 이 감독의 영화 중 현재 필름이 남아 있는 26편을 특별 상영합니다.

최근 극적으로 필름이 발견된 영화 '잊을 수 없는 연인'도 49년 만에 공개됩니다.

죽는 날까지 오직 영화밖에 몰랐던 '천재 감독' 이만희, 그가 남긴 영화에 대한 뜨거운 정열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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