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음주운전 사고를 내서 징계를 받을 예정이던 경찰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음주운전은 분명 잘못이지만 또 다른 원인도 있었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입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례적으로 일련의 과정에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승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고성경찰서 박 모 경위는 지난달 1일 음주운전 사고를 냈습니다.
징계를 기다리던 박 경위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지난 3일 숨졌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감찰 과정에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핵심은 규정을 벗어난 '별건 감찰'입니다.
경찰청의 감찰 첫 날 박 경위가 남긴 메모엔 음주와 관련 없는 업무비 사용 문제가 적혀 있습니다.
일부 동료도 무리한 감찰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합니다.
[동료 경찰관 : 별건으로 보안계 근무하면서 카드를 쓸 수 있어요. 그거에 대한 걸 '공금 횡령으로 엮겠다' 이렇게 했다는 얘기를…]
서장이 팀장들에게 직원의 음주 성향을 점수로 만들어 제출하게 한 의혹도 있습니다.
[동료 경찰관 : 직원들에 대해 써내라. 이게 뭐 5호 담당제도 아니고. 팀장들도 많이 괴로워했죠. 개인의 음주 성향, 이걸 쭉 점검표를 해서 위험도가 0개냐, 4개냐, 5개냐…]
박 경위 유서엔 심한 자책과 불면증, 괴로움이 적혀 있습니다.
[유족 :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시선이 너무 안 좋았다고…그 시선이 너무 힘들다고…]
고성경찰서는 제기된 의혹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례적인 경찰청장의 지시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