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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납품업체 선물 리스트] ① "30명 넘게 뇌물 줬다"…등급 나눠 치밀한 관리

입력 2014-11-17 21:49 수정 2014-11-1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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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1부에서 잠시 전해드렸습니다. 한국 전력의 납품 비리에 대해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JTBC가 취재한 내용들만 봐도 이번 비리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30명 이상에게 금품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련자 진술과 함께 로비에는 여러 가지 수법들이 동원됐다고 하는데요.

먼저, 서복현 기자의 보도를 보시겠습니다.

[기자]

한전에 배전용 장비를 납품한 K사의 '선물 명단'은 20여 쪽에 달합니다.

한전과 자회사인 한전KDN 임직원의 등급과 이름, 직책, 주소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등급을 바꾼 흔적도 있습니다.

이 명단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해마다 작성됐습니다.

문건 속에서 1등급은 30여 명이고, 2등급은 50여 명으로 모두 90명에 달합니다.

김 회장은 이렇게 명단을 만들어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면서 치밀하게 관리했다고 합니다.

애초 K사 김모 회장의 횡령 혐의에서 시작된 수사는 현재 납품 비리로 확대됐습니다.

현재까지 K사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인물은 모두 4명.

MB 정부의 인수위 출신인 강승철 전 한전 상임감사가 구속됐고, 한전과 한전KDN 전현직 임직원 3명도 쇠고랑을 찼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김 회장의 로비 과정을 알고 있는 A씨를 어렵게 찾았습니다.

A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최소 30명 이상에게 금품이 건네졌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A씨를 설득해 김 회장이 활용했다는 '선물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명단을 확인한 결과 더 충격적인 내용들이 나왔습니다.

당시 국회의원과, 검사, 경찰 간부와 함께 주요 언론사 간부의 이름까지 등장한 겁니다.

이들은 앞서 구속된 4명과 함께 모두 1등급으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 인사도 명단에 있었습니다.

검찰도 이 명단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가 '한전 비리'에서 나아가 정관계 로비로 번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명단 분석과 함께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청탁을 대가로 이들에게 금품이 건너갔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현재까지 파악된 한전 관계자들에 대한 김 회장의 로비 수법을 하나하나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김 회장이 소유한 경기도 분당의 건물을 찾아갔습니다.

잘 깔려진 잔디와 정원수, 마당에는 정자 모양의 건물도 있습니다.

보안을 의식한 듯 곳곳에는 CCTV를 설치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곳을 별장처럼 쓰면서 한전 관계자들을 불러 접대도 했다고 합니다.

[이웃 주민 : 가끔 와서 파티하고 하더라고요. 사람들 많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는 건 제가 봤거든요.]

특히 로비는 '맞춤형'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술이나 골프 접대는 기본이었습니다.

현금을 직접 주거나, 고급 아파트 매입 자금을 대줬습니다.

지방 근무자들이 차가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사줬다고 합니다.

김 회장은 평소에도 한전 직원들을 치밀하게 관리했습니다.

사생활 정보까지 꿰고 있었다고 합니다.

K사가 가지고 있었다는 문건입니다.

한전 직원들의 사원번호는 물론 양음력 생일이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기념일까지 낱낱이 보입니다.

K사의 사무실은 서울 강남에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사무실은 한전의 주요 납품 업체라고 하기엔 무척 작았습니다.

[경비원/납품업체 K사 입주 건물 : 4월과 5월 사이 이사 왔어요. 사람들 출근하고 일하러 나가더라고요. 사람이 몇 사람 없잖아요. 일하러 나가면 없어요.]

왜소한 겉모습과 달리 K사는 승승장구했습니다.

한전 납품과 관련해 경쟁업체를 압도한 겁니다.

2006년 설립 이후 한전 측과 맺은 계약이 49건에 달했습니다.

390억 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K사의 급성장 비밀과, 그 뒤에 숨겨진 한전과 유력 인사들을 향한 치밀한 로비 의혹.

검찰이 그 베일을 하나하나 벗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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