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한전 납품업체 선물 리스트] ② 로비 자금 출처는?…"사업비 부풀려 상납"

입력 2014-11-17 21:51 수정 2014-11-17 22:2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문제의 K사는 로비를 하면서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자금은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검찰이 집중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입니다. K사가 한전 측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받은 다음, 이 돈을 다시 임직원들에게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자기 돈 안 들이고 로비를 한 건데요. 그러다 보니 로비를 받는 한전 측도 또 로비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도 좋았던 겁니다. 그러나 다 아시겠지만 이 돈은 국민들이 한푼 두푼 어렵게 낸 전기요금에서 나온 겁니다.

서복현 기자의 리포트를 더 보시겠습니다.

[기자]

서울 충무로의 인쇄 골목입니다.

한전 납품업체 K사의 김모 회장은 10년 전엔 여기서 인쇄 업체를 운영했습니다.

[당시 인쇄소 임대인 : 다른 데 있다가 남이 하는데 동업으로 한다고 이름 걸고 했었거든요. 김OO이 와서 한전 일을 한다고 더 큰 기계로 바꿨어요.]

김 회장은 당시 한전에 인쇄물을 납품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습니다.

인쇄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김 회장이 한전 직원들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겁니다.

업계에선 한전이 사업비를 부풀려 김 회장에게 건네고, 김 회장은 이 돈의 20%를 다시 한전 직원에게 상납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당시 판결문을 구해봤습니다.

현금은 물론, 공연 입장권과 달러까지 바쳤습니다.

[당시 인쇄소 임대인 : 한전에 구두닦이 비용까지 대고 그랬다고. 그게 터져서 그 때 바로 문 닫고 끝나고 그랬으니까요.]

이 사건으로 김 회장을 비롯해 한전 직원들이 무더기로 형사 처벌됐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몇년 뒤인 2006년, 재기에 나선 김 회장은 돌연 IT 업체인 K사를 차렸습니다.

애초 김 회장의 터전이었던 인쇄업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탄탄대로였습니다.

한전에 뇌물을 준 전력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김 회장의 K사는 한전이 사용하는 '전력 상황판' 납품을 주도적으로 맡으면서 보란 듯이 재기한 겁니다.

지난해에는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의 우수협력사로 선정돼 상까지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검찰은 이번에 K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전이 사업비를 부풀려 계약을 해주면 이익의 최소 20%를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회장과 한전 직원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공생하는 관계였다는 겁니다.

마치 10년 전 뇌물 사건의 판박이 같습니다.

김 회장이 그동안 한전 측에 납품한 금액은 390억 원에 달합니다.

공기업인 한전이 납품 업체에 주는 돈은 국민의 전기요금에서 나옵니다.

한전은 올해 3분기까지 쌓인 빚이 57조 원에 이릅니다.

적자도 10조 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그러면서도 임직원들은 세금으로 뒷돈을 받아 배를 불린 의혹이 있는 겁니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습니다.

이번 비리에 연루된 한전과 한전 KDN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한전 관계자 : 지금 구속만 된 상태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한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 입장에서 드릴 수 있는 말은 없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비리 수사로 한전을 둘러싼 고질적인 로비와 상납 비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검찰, '납품업체 뇌물' 한전KDN 간부 2명 구속기소 [단독] '한전 비리' 전 상임감사 체포…MB정부 인수위 출신 검찰 '납품비리' 한전KDN 간부 2명 구속영장 청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