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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미 국무장관, 원폭위령비 헌화…미소 짓는 일본

입력 2016-04-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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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오늘(11일), 히로시마 위령비에 헌화했습니다. 71년 전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의 현직 각료로는 처음인데요. 일본은 내친 김에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가해의 역사를 피폭 국가라는 피해자의 이미지로 바꾸는 데 일본 외교는 공을 들여왔고 이제 그것이 승리한 것이 아니냐 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를 연결합니다.

이정헌 특파원,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 방문, 어떻게 이뤄진 겁니까?

[기자]

히로시마에서 이틀 동안 주요 7개국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는데요.

케리 장관은 오늘 오전, 다른 외무장관들과 함께 평화 기념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했습니다.

케리 장관의 즉석 제안으로, 일본의 패전 상징물인 원폭 돔도 방문했습니다.

[앵커]

미국의 현직 각료가 이곳을 방문한 건 71년 처음 있는 일이라고요?

[기자]

네, 그동안 캐롤라인 케네디를 비롯한 주일 미국대사들은 히로시마 위령식에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장관급 이상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미국은 1945년 8월 6일,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히로시마에 떨어뜨렸습니다.

7만 명이 초기 폭발로 숨지는 등 14만여 명이 희생됐는데요.

2차 대전을 조기 종식 시키고 미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미국이 피폭의 핵심적 상징물로 일본이 전세계에 홍보해 온 희생자 위령비에 꽃을 바친 겁니다.

[앵커]

일본 정부와 언론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미국의 사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자신들도 조심스러울테고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먼저, 아사히 신문의 오늘 석간부터 함께 보시죠.

1면에 'G7 외상, 원폭 위령비에 헌화'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다른 신문들도 비슷한 제목을 뽑았는데요.

일본 언론이 '미국의 사과'로 쓰지 못한 것은 미국 측이 "케리 장관은 사과를 하려고 히로시마에 온 것이 아니다"는 뜻을 사전에 분명히 밝혔기 때문입니다.

케리 장관도 "이번 방문이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상은 "역사적인 날', 스가 관방장관은 "피폭의 실정을 접한 날"이라며 일본의 외교적 성과를 과시했습니다.

[앵커]

어찌보면 일본은 지금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곳에 방문하도록 하겠다,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입장까지 듣겠다, 하는 것이 일본의 속내 아니었습니까?

[기자]

일본은 다음 달 이세시마 G7 정상회의 때 오바마 대통령을 히로시마로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원폭 피해지를 방문해주길 바라고 있는데요.

전쟁 가해국이 아닌 원폭 피해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집중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피폭국으로서 평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앞세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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