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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배 내놓고 '둥둥'…단전·단수 옛 노량진수산시장 '암흑'

입력 2018-11-06 17:05

한낮에도 어두컴컴…촛불 켜고 문 열었지만 손님 발길 끊겨
신시장 주차장 입구서 항의 농성…수협·상인 충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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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도 어두컴컴…촛불 켜고 문 열었지만 손님 발길 끊겨
신시장 주차장 입구서 항의 농성…수협·상인 충돌 계속

물고기 배 내놓고 '둥둥'…단전·단수 옛 노량진수산시장 '암흑'

"물고기들 다 죽어 나가요. 그래도 수산시장인데 이렇게 악랄하게 전기를 끊을 줄이야…"

구(舊) 노량진수산시장이 단전·단수된 지 이틀째인 6일 한 상인은 산소가 부족한 대야에서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협은 전날 오전 9시 구 시장 전역에 물과 전기 공급을 끊었다. 명도집행이 4차례 무산되자 수협이 상인들의 퇴거를 위해 내린 최후 조치다.

구 시장에는 평소 손님과 상인들로 활기찼던 모습은 사라지고,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시장 내부는 불이 들어오지 않아 한낮임에도 밤처럼 어두웠다. 대다수 상인이 시장 입구에서 농성에 가담하면서 영업 중인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상인들은 웃음기 없이 넋 나간 표정으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장사를 포기할 수 없는 상인들은 촛불을 켜놓고 영업을 했지만, 손님은 좀처럼 오지 않는 듯했다. 간혹 지나가는 시민을 발견하면 상인들은 "뭐 드려요?"라고 외치며 '영업 중'임을 호소했다.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는 가게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비용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한 상인은 전했다.

수조 속 물고기들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둥둥 떠 있거나, 죽은 듯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또 수조 안 물에 기포가 많아 물고기가 숨쉬기도 힘들어 보였다.

한 상인은 "산소통 때문에 기포가 생긴다"면서 "물을 교체할 수 없어 수질 관리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미 죽은 물고기들은 대야로 옮겨졌다. 수산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수산물이 전날보다 절반가량 준 듯 보였다.

상인 A씨는 "전복들이 다 죽어간다. 산소 공급이 안 돼서 물을 펐다가 다시 붓는 중"이라며 "아침에 수산물이 들어오지만, 오늘은 받지 않았다. 이렇게 어두운데 손님이 오겠는가"라고 말했다.

상인 B씨는 "수조에 물고기가 다 죽어서 1마리도 없다"며 "독재국가에서 사형수한테도 물은 줄 것이다. 도미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신시장 입구에는 상인 100여명 앉아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생존권 사수하자"라고 외치며 단전·단수에 반발했다.

수협 측과 상인들 간 이따금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상인은 수협 측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을 투입해 대기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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