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취재설명서] 첫 발 뗀 용산기지 환경조사…'센트럴파크'는 언제쯤

입력 2020-07-21 09:2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취재설명서] 첫 발 뗀 용산기지 환경조사…'센트럴파크'는 언제쯤

서울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 서울의 '센트럴파크' 서울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반환협정이 체결됐고, 2007년에 공원 조성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어졌죠. 계획대로라면 2017년부터는 기지를 반환받고 공원조성사업이 시작됐어야 합니다.

■ 용산기지 환경조사 시작

당초 계획보단 다소 늦어졌지만 최근에 반환을 위한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과 주한미군이 지난 5월부터 오염조사에 들어간 겁니다.

수십 년간 미군기지로 쓰인 곳은 기름 등에 의한 오염이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조사는 이런 오염이 얼마나, 어느 정도로 널리 퍼져있는지 조사하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촬영을 위해 찾아갔던 지난 15일에도 캠프킴 부지에선 조사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기지반환은 크게 보면 5단계로 이뤄집니다.
 
[취재설명서] 첫 발 뗀 용산기지 환경조사…'센트럴파크'는 언제쯤


조사반환협의→환경조사/합의→반환건의→반환승인→정화 및 처분 첫 번째 단계인 조사반환협의는 지난해 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단계인 환경조사가 5월부터 시작이 된 겁니다. 반환절차 중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 조사과정 비공개…'깜깜이 조사' 우려

하지만 문제는 SOFA 규정에 따라 이 환경조사는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조사결과 뿐 아니라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조차 공개가 안 됩니다.

이 때문에 '깜깜이 조사'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사실 기지 내 오염과 관련해 주한미군은 정보를 투명하게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용산기지에선 84건의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를 공개한 건 주한미군이 아닙니다. 주한미군이 자료를 안 줘서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통해 확인한 겁니다. 기존에 알려진 건 10여 건에 불과했습니다.
 
[취재설명서] 첫 발 뗀 용산기지 환경조사…'센트럴파크'는 언제쯤


■ 눈 가리고 코끼리 더듬는 조사 될 수도

용산기지 면적은 260만㎡. 축구장 약 360개 넓이입니다.

요즘 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육군사관학교와 태릉골프장, 태릉선수촌을 합친 것과 비슷합니다.

이 지역을 전수조사하기란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오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러려면 기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미군이 협조해줄지 불투명합니다.

환경조사가 끝나면 오염에 대한 책임을 가려야 하는데 오염이 심각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미군 입장에선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미군 다음으로 기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우리 국방부는 "환경부와 주한미군이 협의할 사안"이라며 물러서 있습니다.

환경부 입장에선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눈 가리고 코끼리 더듬는 식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반환을 받는다고 해도 끝이 아닙니다.

건물을 세우건 공원으로 만들건 개발을 하기 전에는 정화작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군은 그동안 국내에서 50여 개 기지를 반환하면서 한 번도 정화비용을 낸 적이 없습니다.

우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이 문제입니다.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원상 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또한 이런 원상 회복 대신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해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

■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됐던 포름알데히드 방류 사건

2000년 주한미군이 한강에 포름알데히드를 방류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봉준호 감독이 찍은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죠.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이듬해 한·미 두 나라는 SOFA에 환경 관련 조항을 추가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이후에도 여전히 '인간 건강에 대한, 알려진, 임박한, 실질적인,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만 보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흔히 줄여서 '키세'(KISE : 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조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조항을 근거로 보상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캠프페이지로 가보겠습니다.
 
[취재설명서] 첫 발 뗀 용산기지 환경조사…'센트럴파크'는 언제쯤


미군이 50년 넘게 비행장으로 쓰다 2005년 문을 닫은 곳입니다.

그런데 15년이 지났지만 이 땅은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토양오염입니다.

미군 대신 우리 국방부가 2012년까지 2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정화했지만 땅을 파보니 여전히 기준치의 6배 가량 되는 기름 성분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민관 합동검증단이 재검증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춘천 캠프페이지의 난맥상은 어쩌면 용산기지의 내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용산기지 오염정화에 수천억원이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군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비용 부담을 거부한다면 고스란히 우리 정부의 몫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 용산기지 반환이 제 의미 찾으려면

"용산기지 반환절차의 첫발을 내딛는 이번 합의는 용산이 과거 외국군대 주둔지로서의 시대를 마감하고, 우리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용산기지 반환협의를 개시하면서 밝힌 역사적 의미입니다.

용산은 고려시대 때 몽골군을 시작으로 외국군대의 주요 주둔지로 쓰여왔습니다.

청일전쟁 이후에는 일본군이 주둔하기도 했었죠.

이런 아픔이 있는 곳을 돌려받아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오염을 조사하고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면 용산권은 그동안의 다른 미군 반환기지들처럼 골칫덩어리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