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의 '안철수 돌풍'에 비견할 만한 바람이 꼭 20년전에도 불었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박찬종 변호사인데요, 제3후보의 원조인 박 변호사를 JTBC가 만났습니다.
이승필 기자입니다.
[기자]
박찬종 변호사는 1992년과 97년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였습니다.
방송 광고 모델로 발탁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여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제3의 후보'였습니다.
기성 정치권과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습 때문인지 인기는 갈수록 높아갔습니다.
그러나 92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6%를 득표하는 데 그쳤고 97년에도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역시 기성 정당의 벽 앞에서 좌절했습니다.
그는 과연 안철수 원장에게 어떤 말을 할까요?
* 박찬종(73세) : 변호사,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 5선 국회의원,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Q. 야권이 안철수 원장에게 러브콜 보내는데
왜 안철수 교수가 당연히 민주당에 들어가서 경선해야 합니까. 안 교수 본인은 "나는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라고 얘기했어요. 새누리당에 들어가서 경선하면 안됩니까.
Q. 안 원장의 적절한 등판 시기는?
본인이 현재의 스탠스로 얼마든지 가을바람 불 때까지 가더라도 지지율이 유지되리라고 생각해요. 안 교수가 지금 섣불리 어느 쪽이라도 가겠어요. 가서 바보될 텐데...
Q. 지지율 1위였지만 대권도전에 실패한 이유?
97년에 내가 여론조사상 1위였는데 당내에서 아무 쓸모가 없는 거야. 오히려 1위라는 것이 후보되는 데 장애물이 됐어요. 나머지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압도적 1위를 타도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그러니까 지지율 1위가 패대기쳐져 결국 포기하게 되는 그 과정은 정말 처참한 일이죠.
Q. 안 원장이 제3후보로 완주할 가능성은?
제3의 길로 가도 (당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제3의 길이 실패한 것은 과거 일이야. 과거 실패는 '3김'의 뿌리가 남아 있을 때 일이고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Q. 안 원장에 보내는 조언 한마디
내가 대통령 됐으면 실패했을 겁니다. 그때는 그냥 여론조사에 붕 떠서 정책의 선후, 사람은 어떻게 쓰고 부패방지를 어떻게 하고 하는 개념이 머리에 전혀 없었기 때문에 확실히 실패한 대통령이 됐을 거예요. 막연히 지지도가 높다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되고 내공을 철저히 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