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눈 오는 밤, 경찰 지구대 앞에 종이 가방 하나를 놓고 간 초등학생 아이들이 CCTV에 찍혔습니다.
그 안에 어떤 마음들이 담겨 있었는지 박창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남자아이 둘은 종이 가방을 맞잡았습니다.
몸집 작은 아이는 가방이 무거운 듯 다른 손으로 받쳐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들어선 곳은 충청남도 공주의 한 경찰 지구대입니다.
말없이 문을 열어 가방을 놓고는 뛰어 나갑니다.
[윤여선/순경 : 무거운 물건을 둘이서 들고 오더라고요. 문을 열어주려고 나가고 있었는데 물건만 두고는 후다닥 달려가더라고요.]
직원들이 아이들을 쫒아가 봤지만 사라졌고 눈 위, 발자국만 남았습니다.
종이 가방 안에 든 건 돼지 저금통 3개와 편지였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는 삐뚤한 글씨.
'경찰관님도 감기 조심하라'는 응원도 적었습니다.
편지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엿새 만에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형제였습니다.
[오경민/초등학교 5학년 : 원래 게임기 사려고 모았던 돈이에요. 하나도 안 아까웠어요.]
형제가 2년 동안 게임기 사려고 간식비 아껴가며 모은 저금이었습니다.
파출소에 기부금을 두고 간 이유는 아이들 눈에 경찰이 가장 믿음직해서였습니다.
[오누리/초등학교 3학년 : 경찰이 나쁜 사람들도 잡는데, 다른 사람들도 힘들고 하잖아요.]
지구대 직원들은 아이들이 가져온 기부금에 또 돈을 더해 한 복지 단체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저금통 안에 든 금액은 100여 만 원. 아이들 마음의 액수는 잴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