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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 vs 사우디 정부, 메르스 대책 비교하니

입력 2015-06-03 22:07 수정 2015-06-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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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3년 사스가 발병했을 때만 해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칭찬을 받았던 우리인데. 잘못하면 오히려 민폐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요즘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 대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고 또 잘못된 부분은 무엇인지. 팩트체크에서 짚어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좀 고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상당히 큽니다.

김필규 기자, 불과 12년 전 일인데 방역당국의 대처 방식에 대한 평가가 그때 하고 지금 하고 너무나 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기자]

그래서 제가 메르스와 관련된 외신기사 몇 가지를 가져와 봤는데요. 한번 보실까요.

"정부는 과거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는 데 실패했다"-NYT
"많은 감염이 병원에서 발생했는데 강력한 통제만 했어도 막았을 것이다"-네이처
"정부가 병원과 소통을 제대로 못 했고 책임감도 부족했다"-로이터
"정부가 바이러스는 못 막으면서 말이 퍼지는 것만 막으려 한다"-보카티브

이런 내용인데, 이것만 보면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건 지난해 4월에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을 보도한 기사들입니다.

[앵커]

그럼 그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상황하고 지금 하고 많이 비슷하다 이런 얘기가 되겠네요, 결과적으로.

[기자]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비교해 보면, 먼저 사우디에서도 정부와 병원 간의 소통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또 병원 내에서의 대응이 부실해 오히려 병을 퍼뜨렸다는 지적도 계속 나왔습니다.

우리 역시 질병관리본부와 병원 간의 엇박자가 문제가 됐었죠. 또 병원 내에서의 감염을 제대로 막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에서도 사우디 경우와 판박이였습니다.

[앵커]

아까 왜 마지막 부분에 얘기들이 퍼져나가는 걸 자꾸 막으려 했다. 지금 흔히 소위 괴담이라고 얘기를 합니다만. 그런데 내용을 보면 또 맞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그래서 더 그런 얘기들이 많이 퍼져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자]

사우디에서도 마찬가지로 트위터를 통해서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퍼져나갔습니다.

어떤 내용이 있었느냐면, 보건 당국이 감염자 수를 축소하고 있다, 언제까지 거짓말할 거냐는 내용이 돌았고, 또 킹 압둘라지즈 병원이 폐쇄됐다는 루머도 나왔는데, 이건 사실이 아닌 거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병원 폐쇄됐다, 어느 병원에서 발병됐다, 이렇게 하면 메르스 예방할 수 있다, SNS 통해 글이 급속도로 퍼졌던 것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더 비슷한 건 이에 대한 정부 대응입니다. 복지부에서 유언비어에 대해 엄정한 조치 취하겠다고 경고했었죠? 사우디 보건부 역시 "당국자의 말만 인용해 보도해라, 혹시라도 의사가 정보를 폭로하면 감옥에 넣겠다" 이렇게 엄포를 놨습니다.

한편 주무장관의 상황인식도 양국 모두에서 도마에 올랐는데, 어제 병원 이름 공개 문제와 관련해 문형표 장관이 한 대답 기억하시죠?

[앵커]

메르스 발병 병원이라고 해서 안 가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 그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병원 이름을 공개 안 하겠다, 그런 내용이었잖아요?

[기자]

예, 그러면서 "병원명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에 대한 고민들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사우디의 압둘라 알 라비아 당시 보건부 장관은 이슬람 성지순례 앞두고 200만명이 몰려올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질병 통제를 더 엄격히 할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후에 "메르스 환자가 왜 급증하는지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말까지 하면서 결국 작년 4월에 해임됐습니다.

[앵커]

이런 사우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어땠습니까?

[기자]

WHO에서나 UN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실패가 메르스 대응의 발목을 잡았다"고 제목을 달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지는 분석 논평을 내면서 "사우디 정부의 역량과 투명성 부족이 모두 드러났다"고 평가했는데, 메르스 대처에 있어 비슷한 모습 보여온 우리 정부 역시 이대로 간다면 비슷한 평가 받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사우디의 메르스 상황은 어떤지도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사우디에선 2012년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뒤 2014년에 엄청나게 급증했다가 조금 진정은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달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지금까지 확진자 수 1천10명에 사망자 수가 4백명을 넘었는데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유일한 매개체로 지목되는 낙타에 대해서도 여전히 무신경한 모습이고, 이에 대해 우려하는 보도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주변국에서 한국 정부의 어떤 무신경한 대응, 한국 정부가 이렇게 해서 되겠느냐는 비판들이 이렇게 주변국의 언론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지금부터라도 사우디와 다른 길을 걷지 않으면 국제방역 역사에 아주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런데 치사율은 사우디는 40%인데 우리는 아직 거기에 훨씬 못 미치니까 너무 사우디 걸 적용해서 생각해서 우려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 좀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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