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혼을 한 뒤 300일 안에 아이를 낳았다면,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남성의 아이라는게 증명이 돼도 우리 민법상으로는 전 남편의 아이가 됩니다. 그래서 이 민법 조항이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최모 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8개월 뒤 동거남의 딸을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출생신고를 하려 하자, 딸의 성이 이혼한 남편의 성을 따르도록 돼 있었습니다.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1958년 제정된 민법 제844조 2항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도 전 남편의 딸이 아니라는 게 명확했지만, 최 씨는 2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 전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최 씨는 이 민법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이유입니다.
헌재는 또 이혼 뒤 6개월간 여성의 재혼을 금지하던 민법 조항이 사라지는 등 친자를 추정할만한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법적 공백을 우려해 해당 조항은 유지하되 법 개정을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