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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73조원 규모의 5년 계획, 그린뉴딜

입력 2020-07-27 09:3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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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6)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발표 이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에 투입되는 돈은 총 160조원에 달합니다. 앞으로 5년 후, 2025년까지 뉴딜의 큰 두 축인 그린 뉴딜에 73.4조, 디지털 뉴딜에 58.2조가 투입됩니다. 추가로 안전망 강화엔 28.4조가 투입되고요. 이를 통해 총 190.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이 역시 2025년까지의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단일 국가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 재정투자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계획, 어떻게 실현될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73조원 규모의 5년 계획, 그린뉴딜


#빨리빨리
정부의 한국판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가 열린 건 지난 14일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을 강조한지 불과 두 달만의 일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디지털 뉴딜'만 언급이 됐었지만 부랴부랴 여러 부처들이 움직여 순식간에 디지털과 그린을 양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이 나온거죠. 역대급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빨리빨리'가 빛나는 순간인 셈입니다.

뒤늦게 '막차'를 타고 뉴딜에 포함된 그린 뉴딜이지만 투자 규모는 제일 컸습니다. 전체 투자규모의 46%, 거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중 국비는 약 4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돈은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고,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까요.

그린 뉴딜은 크게 ①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②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③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구성됩니다.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인프라의 녹색 전환엔 30.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38.7만개를 만들어냅니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엔 가장 많은 금액인 35.8조원을 들여 20.9만개의 일자리가 나옵니다. 녹색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엔 7.6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6.3만개를 만들고요. 이렇게 해서 총 투자 규모는 73.4조원, 일자리는 65.9만개가 만들어진다는 계산입니다.

#많이많이
65만 9천개. 엄청난 수의 일자리입니다. 앞선 연재글에서도 소개해드렸다시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와 UC버클리 공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144만 2060개의 일자리가 '순증'할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66만개가 채 되지 않는 정부의 목표가 적은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은 우리나라의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전제 하에, 2050년까지의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를 따진 것이었습니다. 그린 뉴딜과 온실가스 저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비중도 크게 높이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불과 5년만에 65만 9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정부의 약속이 꼭 실현되길 기대해 봅니다.

사실 아직까지 이 일자리가 어떤 형태일지, 어떻게 실현될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환경부가 최근, 그린뉴딜 중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모빌리티 보급' 측면에서의 일자리 효과를 설명한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드린 3개의 카테고리에서 < ②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 에 해당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73조원 규모의 5년 계획, 그린뉴딜 (자료: 환경부)


총 35.8조원 규모인 < ②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 에서 가장 주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린모빌리티 보급에 투입되는 예산은 20.3조원. 일자리는 약 15만개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본 듯, 안 본 듯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살펴보면, 어디서 이미 본 듯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계획이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특히 '간판 바꾸기' 혹은 '포대갈이'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린 뉴딜의 궁극적인 목표는 '넷 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당초 기존에 시행중이던 정책보다 더 강화한 목표를 내세워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장다울 정책전문위원은 JTBC 소셜라이브에 출연해 "나름대로 2~3개월간 당정청이 협의해 나온 계획이긴 하지만 기존의 목표나 계획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린 뉴딜이 아니라 '게으른 뉴딜'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위원은 또 "전기차나 수소차 목표들도 기존에 이미 정부에서 발표했던 목표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경우도 2017년에 발표했던 재생에너지 3020계획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치여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남은 시간, 2년…'5년 계획' 가능할까
정부의 장기 계획이 한 정권의 집권 기간을 넘어서는 모습,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야가 뒤바뀌더라도,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전임 대통령의 '업(業)'이라는 느낌만 들면 모두 뒤집어지곤 하죠.

MB 정부의 '녹색성장' 하면, 시간이 흐른 지금 대중들의 머릿속엔 '4대강'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한다는 정책 방향 하에 '녹색 뉴딜'이라는 계획도 발표됐고, 실제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계획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 역시 한 대통령의 임기 내에서 시작과 끝을 볼 수 없는 나름의 중장기 계획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다음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에선 '녹색'이 들어간 모든 것의 간판을 내렸죠. 그리고 '창조'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2025년을 목표로 하는 5년짜리 계획입니다. 물론, 계획들을 실현시키려면 얼핏 보더라도 5년으론 턱없이 부족해보이긴 하지만 모든 계획은 "2025년까지 OOO조원 투자, OOO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에서 언급된 '한국판 뉴딜'. 즉, 문재인 정부에 남은 시간은 불과 2년. 그렇다면, 이 계획의 초반 2년 이후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초당적으로, 이데올로기에 상관 없이 긴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대응 이슈는 여와 야로,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논쟁거리'입니다.

차기 대선에서 집권 여당이 그 지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이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앞서 두 보수정당의 연속 집권 상황에서도 '녹색성장'은 이어지지 않았죠. '우리는 OO당과 다르다'고 생각하겠지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당내 유력 인사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는 보존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이같은 주장은 계속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상황도 있습니다. 국회 내에선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초당적으로 의원들이 모여 기후위기 비상 결의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린 뉴딜의 국비 투자 규모를 놓고 국회 내에서 어떤 이견이 있을지, 어떤 충돌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죠.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그린뉴딜 정책, 그리고 집권 여당에서 준비 중인 그린뉴딜 기본법. 당정청의 목소리는 "녹색 성장과 다르다"입니다. 물론, 서로 목표했던 바가 다를 수도, 혹은 지향점을 향해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2년 후, 새로운 대통령이 "그린 뉴딜과 다르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혹은 "이렇게 해선 결코 넷 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라거나, 반대로 "넷제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렇게 빈대떡 뒤집듯 뒤집히는 정책을 그저 멍하니,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학생들의 경우 과제를 하다가, 직장인의 경우 보고서를 쓰다가, 기자의 경우 기사를 작성하다가, 게이머의 경우 게임을 하며 레벨을 올려가다가… 세이브를 안해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아실 겁니다. 온갖 분노가 차오르죠. 컴퓨터를 원망하기도, 말도 안 되게 느슨한 전원 어댑터를 원망하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ctrl+s'를 누르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국민의 세금 수조, 수십조가 쓰이는 일에서 이 'ctrl+s'를 누르는 일, 결코 망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 계획을 추진하는 데에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면, 계획의 출발 단계도 초당적인 생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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