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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치료하는 정신병원 24시…들여다보니

입력 2016-05-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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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가 2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치료를 막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들에 대한 편견이라고 하는데요.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의 화장실 계단을 서성이던 남자는 결국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8일 뒤, 서울 대림역에서는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고, 같은 날 부산의 또 다른 남성은 가로수 지지대로 여성을 내리쳤습니다.

세 사건 피의자의 공통점은 조현병. 모두 치료를 받지 않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이곳은 정신응급진료실입니다.

일종의 정신 질환자를 위한 응급실인데요, 현재 시각은 밤 11시 30분,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처럼 24시간 365일 열려 있다고 합니다.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새벽 5시. 경찰과 함께 응급실에 한 여성이 들어옵니다.

안정실로 들어간 이 여성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주먹으로 위협하는 등 조현병 의심 증상을 보입니다.

[응급실 간호조무사 : 여기 와서 폭력성을 나타냈었거든요. 볼펜을 뺏으려는 행동도 있었고요.]

국내 최초 국립정신병원인 국립건강정신센터에서 치료받는 조현병 환자는 지난달 기준 3000명이 넘습니다.

[이종일 과장/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 조현병이라는 것은 과거에 정신분열증으로 칭했던 병입니다. 뇌의 기능이 일정 부분 이상이 나타나서 생기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청과 과대망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조현병 환자 : 심했을 때는 자살을 빨리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현병 환자 : 벽에서 소리가 나는 거예요. 벽에 대고 '생각을 멈춰라' 이러면서 없어져서 막 돌아다니면서 벽에 대고 '생각을 멈춰라' 이랬던 거예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자해 위험이 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도 제일 끝에 마련된 이곳은 조현병을 비롯해 조울증 등 급성기 환자가 입원하는 보호병동입니다.

이처럼 문이 잠겨 있는 폐쇄 형태의 입원실인 건데요.

저희는 사전에 허가를 받은 만큼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운동기구 등을 비롯해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습니다.

일반 병실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안쪽에 들어와 보시면 화장실 아랫부분에는 투명한 창문이 마련돼 있습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경우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요, 화장실 안 샤워기의 줄은 최대한 짧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입원실 가장 안쪽에는 창문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이처럼 다 열리지가 않습니다.

입원 환자 가운데 절반이 조현병 환자지만,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완화돼 평균 50일 만에 퇴원합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0.08%로 오히려 일반인의 범죄율인 1.2%보다 낮습니다.

[이종일 과장/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비롯한 재활치료에 잘 반응합니다. 폭력성 같은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서 거의 대다수의 환자분들이 줄일 수가 있기 때문에…]

다만 재발률이 높은 만큼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전국적으로 224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도 이들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손모아 팀장/광진구 정신건강증신센터 : 저희가 6명이 한팀이 돼서 조현병 가진 분들 190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죠.]

현재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조현병 환자는 2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어렵게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무엇보다 편견을 이겨내야 합니다.

[조현병 환자 어머니 : 자기 아이가 당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건(조현병은) 아주 특별한 사람만 생기는 병인 줄 알았죠.]

[하규섭/국립정신건강센터장 : 정신장애라는 게 사회로부터 격리돼야 하는 게 아니라, 치료하고 관리하면서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종류의 병입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맞은편에는 올해 2월까지 사용했던 옛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 창문에는 이처럼 쇠창살도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쇠창살은 정신장애는 무조건 가두고 숨겨야 한다는 우리의 편견을 말해줍니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이 병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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