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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방화범' 에어컨 실외기…화재 위험에도 방치

입력 2015-07-17 09:57 수정 2015-07-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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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어컨을 틀면 실내는 시원하지만 실외기가 돌아가는 바깥은 후끈후끈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때문에 거리를 지나면서 불쾌했던 경험들, 다들 있으실텐데요, 법 규정을 어기고 설치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지현 기자가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성희/대구 이천동 : 항상 시끄럽다, 덥다, 뜨겁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박정준/인천 삼산동 : 안 좋은 바람 맞는 느낌이어서 피해 다녀요.]

현행법상 상업지구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는 지면에서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있어야 합니다.

제 키가 약 170cm이니깐 이곳은 충분히 2m 이상 높이에 설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열기가 닿지 않도록 덮개를 씌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돼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실외기 옆을 지나가는 것이 불쾌한 이유입니다.

하루에도 수백명이 이용하는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입니다.

바로 옆 상가 뒤편으로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히 설치돼 있는데요.

현재 이 거리의 온도는 34.4도입니다.

그런데 실외기가 설치돼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열기가 느껴지고 온도도 올라가고 있는데요.

실외기가 바로 앞 온도를 재니깐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온도는 금세 40도를 훌쩍 넘긴 뒤 47도까지 올라갑니다.

불쾌감을 키우는 건 바람의 세기입니다.

이렇게 낮게 설치돼 있다 보니 조금만 가까이 가도 더운 바람이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로 세게 부는데요.

바람의 세기를 재보니 초속 5m 가까이 됩니다.

이같은 바람의 세기는 드라이기를 강풍으로 했을 때와 비슷합니다.

정작 에어컨 사용자들은 실외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습니다.

[주변 상인/서울 종로 : 이건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

건축법을 위반했지만, 단속은 금시초문입니다.

[주변 상인 : 여기에 에어컨 실외기 단속 나오고 그런 것 없었어요.]

[주변 상인 : (단속은) 한 번도 없었어요.]

더 큰 문제는 화재 위험성입니다.

나흘 전에도 서울 사당동에서 실외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실외기 주변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화근이 됐습니다.

동대문구 한 건물 뒤편입니다.

이곳은 실외기가 바닥에 10대 이상 설치돼 있는데요.

그런데 바로 옆에 바닥을 보면 담배꽁초가 군데군데 떨어져 있습니다. 심지어 라이터도 떨어져 있습니다.

실외기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도 놓여 있습니다. 또 건설 자재가 올려져 있는 것은 물론 기름통까지 보입니다.

[이영주 교수/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 이물질이나 먼지가 꼈을 경우 이러한 것들이 화재에 취약한 상태에서 과열이나 합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 편이죠.]

이렇게 실외기가 밖에 설치돼 있어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흰 장갑으로 훔쳐보니, 시꺼먼 먼지가 묻어납니다.

건물 한쪽 벽에 수십 대의 실외기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영주 교수/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 저렇게 많은 에어컨과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실외기 화재는 최근 3년간 서울에서만 50여건 발생했습니다.

더 큰 화재로 번질 가능성도 큽니다.

[김태석 조사관/서울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 : (건물과 건물 사이에 실외기를 설치하다 보니) 진압하기가 쉽지 않고요. 샌드위치 패널이면 급격하게 주변 건물을 연소시킬 수 있습니다.]

매해 여름 자칫하면 위험한 방화범이 될 수 있는 에어컨 실외기.

사용자의 무관심과 허술한 단속 속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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