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치매 노모 돌보려 음압병실까지 갔는데…"엄마도, 일자리도 잃었어요"|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12-05 19:48 수정 2020-12-06 19:5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픈마이크, 이번에는 완치자 이야기입니다.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지난 3월 20일) :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입니다. 감염된 사실만으로 비난과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때보다 확진자는 더 늘어나, 이제 3만 7천명 가까이 됩니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도 약 2만 9천명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낙인 찍기'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완치자들은 병원 밖을 나서는 순간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혐오와 차별 끝에 '밥벌이' 마저 끊겼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치매 노모를 돌보려고 음압병실까지 따라 들어간 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자]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OOO. 생일 축하합니다!]

이것이 어머니와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 될 줄, 딸은 몰랐습니다.

치매 초기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정정한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딱 다섯 달 뒤, 어머니는 코로나19 집중치료실에서 '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겁니다.

어머니가 막 입원했을 때는 딸이 함께였습니다.

감염될 위험을 무릅쓰고, 어머니의 음압병실까지 따라 들어간 겁니다.

[감금되다시피 하는 거니까 수발을 누가 해야 되는데, (의료진) 인력도 달리고 못 하잖아요. 코로나고 뭐고 간에, 내가 엄마를 마저 잃느니 내가 가서 간호를 해가지고 꼭 살게 해드려야겠다]

하지만 어머니 상태가 나빠져 큰 병원으로 옮겨질 때, 딸도 양성판정을 받고 그 자리서 바로 입원됐습니다.

그렇게 며칠 뒤, 딸은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음압 병실에서 들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진짜 감옥은 부모님 돌아가시면 내보내주잖아요. 이건 감옥도 아니고 문 밖에 한 발자국도… (큰 병원으로 옮겨질 때) 엄마 내가 금방 데리러 갈 테니까 가서 기다리라고. 그게 마지막 대화예요. 찢어지죠, 가슴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함께, 코로나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덮쳐왔습니다.

약 한 달 뒤 완치 판정을 받고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 드디어 코로나와의 긴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게는, 자신이 곧 코로나였습니다.

[나 이외의 진짜 모든 사람들은 나를 균체로 봤어요. 내가 곧 코로나야.]

다시 출근한 일터에서도,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쓰냐고. 코로나 옮기면 어떡하려고 얘를 쓰냐고.]

'효심'으로 어머니를 돌보다 감염된 걸 아는 동네 사람들도, 딸을 꺼렸습니다.

[동네를 코로나 걸린, 치매 걸린 엄마를 데리고 쑤시고 돌아다녔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마녀사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밥벌이만큼은 지키려 애써봤지만,

[먼저 가서 인사도 하고 이렇게 했어요, 일부러. 안녕하세요, 가서 인사하면 슥 일어나서 가. 같이 겸상도 안 하고.]

결국, 밥벌이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코로나로 어머니도, 일자리도 잃은 겁니다.

이 청년도 코로나로 직장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불안해하니 3주간 자가격리를 해달라는 주문이었지만, 곧 다른 권유를 했다고 합니다.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해보는 게 어떠냐… 회사에서 나가라 하는 소리로 들리더라고요.]

이렇게 확진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끝에 밥벌이마저 끊긴 사람, 더 많이 있습니다.

확진자 중 직장보험에 가입된 사람만 따져본 통계입니다.

지난 10월까지 약 20%인 1,304명이 확진 판정 이후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장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나도 진짜 얼마나 가슴이 아파요. 직장도 잃었지. 코로나 이후에, 그 코로나가 진짜 코로나예요. 그 싸움이 병균과의 싸움보다 더… 사회 다시 돌아가고 다시 적응하는 게 그게 정말 코로나와의 싸움, 진정한 싸움이다…]

완치 판정을 받은 지 반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

이들이 얼굴과 목소리를 숨기는 이유기도 합니다.

(자료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연출 : 홍재인)

관련기사

확진자 72%가 수도권…전문가들 "잠시라도 3단계 가야" 부산 교회 '무더기 확진'…병상 없어 환자들 대구로 정은경 "많게는 하루 확진 1000명까지 나올 수도" 경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