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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반기문 귀국에 '요동'…복잡해진 '대선 방정식'

입력 2017-01-12 17:38 수정 2017-01-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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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돌아왔습니다. 대선 도전이라는 큰 꿈도 같이 가지고 왔죠.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반 전 총장의 귀국과 함께 요동치고 있습니다.

오늘(12일) 여당 발제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이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돌아왔습니다. 조금 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사실상 대선 행보가 시작된 겁니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에도 '야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반기문/전 UN 사무총장 : 이제 서울 돌아가는 비행기에 타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벅차고 또 설레기도 하고 앞으로 제가 10년간 UN 사무총장으로서 경험을 어떻게 국가 발전에 사용할 수 있을지 참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되는 면도 많이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서, 대선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25일에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밝혔죠. 민주당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식 출마 선언을 예고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인제, 김문수, 홍준표 등 예비 주자들이 몸풀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경쟁자들이 몸을 풀고 있는 상황. 반 전 총장에겐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이미 혹독한 검증이 시작됐죠. 23만 달러 수수, 친인척 비리 등 의혹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군'인 줄 알았던 바른정당도 "검증부터 받아야 한다"면서 견제로 돌아섰습니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바른정당 : 요즘 반 총장님을 두고 불거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남김없이 해명을 하시고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히셔야 한다,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야권의 칼날은 더 날카롭습니다. 이 만평을 보시죠. 상처 투성이인 반 전 총장을, 친이명박계가 환영하고 있는 걸 풍자했죠. 지금 야권의 시각과 매우 비슷합니다. 특히 민주당은 "반기문 캠프는 사실상의 MB 캠프"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근거가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반기문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인사들입니다. 이동관, 곽승준, 손지애 등 MB 정부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죠. 여기에 MB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국무총리도 자문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신년 초에 박근혜 대통령에겐 전화를 하지 않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신년 인사차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얼마 전엔 이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기도 했죠. 그래서 야권에선 "친이계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겁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출마 자격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건 유엔 정신과 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이미 출마 자격이 없다."

그래서 안 지사가 언급한 유엔 결의안을 찾아봤습니다. 1946년 1월, 제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입니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모든 회원국은 총장의 퇴임 직후 어떤 정부의 자리도 제안해선 안 되며, 본인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물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논란은 좀 될 수 있습니다. 역대 사무총장 7명 가운데 대선에 참여한 경우는 딱 2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시는 것처럼 퇴임 후 4년이 지난 뒤에 출마를 했습니다. 그래서 퇴임과 동시에 출마에 나선다면, 도덕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준형 교수/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과 : 혹은 권고사항이다, 아니면 그냥 도덕적 의무에 불과하다? 스스로 자기가 10년 동안 성심을 다해서 봉사했다는 기관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기 때문에 더더욱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단순히 도덕 수준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죠. 그 부분을 훼손한다면 그건 분명히 UN에 해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반 전 총장은 이제 검증의 칼날 위에 섰습니다. 출마 자격 논란부터 각종 비리 의혹까지. '정치 초보' 반 전 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어떻게 피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오늘은 시 한편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시를 만났을 때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입니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재단은 고은 시인을 국제시인상 수상자로 결정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이, 국제적인 문학상을 받는 상황. 반 전 총장을 비롯해,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모든 주자들에게, 고은 시인의 이 시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 꽃'이 보입니다. '그 꽃'은 민주주의입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반기문 귀국…복잡해진 '대선 방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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