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장마철을 앞두고 경남 의령군에선 산능선을 따라 대규모 벌목 작업이 벌어졌습니다.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건데요, 주민들은 산사태를 우려하며 보름째 산속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석찬 기자입니다.
[기자]
해발 580m의 응봉산 능선이 흙바닥으로 변했습니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 수백 그루가 잘려 나갔습니다.
1km 정도 떨어진 인근 한우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750킬로와트급 풍력발전기 25개를 세우기 위해 한 건설사가 3km가 넘는 능선을 따라 나무를 벤 겁니다.
골짜기에 사는 4개 마을 주민 350여 명은 장마를 앞두고 산사태 안전성 검사 등을 요구하며 산속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사구역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산사태로 일가족 5명과 주민 1명이 숨진 곳이기도 합니다.
[정현대/풍력발전단지 반대대책위원 : (태풍) 매미 때는 임도(작업도로) 때문에 산중턱에서 무너졌는데 지금은 산 정상이 무너지면 더 위험하게 됩니다.]
허가를 내준 의령군은 주민들의 공사중단 요구에 뒤늦게 중재에 나섰지만 건설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건설사 관계자 : 공사중단을 어떻게 합니까? 다 절차 밟고 한걸….]
건설사 측은 주민 13명을 업무 방해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습니다.
마찰이 계속되면서 산을 깎는 과정에서 나온 25톤 트럭 80대 분량의 흙도 그대로 방치돼 장마철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