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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600억원 체납' 회장님의 수상한 씀씀이

입력 2016-09-07 21:38 수정 2016-09-0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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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급받는 서민들은 몇천원 단위까지 꼬박꼬박 세금을 내지요. 그런데 6백억원 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있다면 믿어지십니까. 수중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6백억원을 체납하고 직원 임금도 체불해 온 회장님이 있습니다. 탐사플러스 취재진이 과연 이 회장에게 돈이 없는지 한달 가까이 추적해봤습니다.

손용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유명 빌딩입니다.

지상 25층의 쌍둥이 빌딩으로 지난 2011년 완공했습니다.

공사를 시행한 업체는 빌딩을 팔아 8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시행사의 대표이자 대주주는 김모 회장입니다.

이 시행사는 2013년 김 회장과 그의 관계사에게 배당금 1250억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빌딩 매각에 따라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을 체납하고 있습니다.

개인 명의 320억원, 법인 명의 280억원 등 모두 600억원 가량에 달합니다.

지난해 국세청이 공개한 개인 명의 최고 체납자 박모씨의 276억원보다 많습니다.

[김 회장 회사 관계자 : (600억) 세금이 발생한 건 맞고요. 세금을 100억이든, 200억이든 내는데 600억도 이제 내려고 회사를 꾸려가는 거죠.]

취재진을 만난 김 회장은 사업이 힘들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김 회장 : 금융 위기는 3~4년 전부터 왔어요. 그 후로 개발업이 다 어려워졌어요. 어려워져서 생각만큼 돈이 안 들어오게 되니까 (체납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회장은 과연 실패한 사업가일까.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의 테마파크입니다.

해변에 자리를 잡은데다 고급 요트 투어와 돌고래 쇼 등으로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회사 대표이사는 허모씨.

그런데 직원들은 실질적 운영자가 김 회장이라고 말합니다.

[테마파크 직원 : 00 회장님? 본사는 지금 서울에 있고요, 저기 사무실에 가서 여쭤보면 될 것 같아요.]

[회사 관계자 : (서울 본사에서 많이 내려오나요?) 많이 와요. (회장님도 오시나요?) 회장님, 가끔 오죠. 요트 타고…]

김 회장이 지금까지 이 곳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만 200억원이 넘습니다.

최근엔 특급호텔을 짓겠다며 지방자치단체에 용도 변경까지 신청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도청 관계자 : 00이라는 서울 회사가 반얀트리 호텔을 들여오겠다고 계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 회장이 수천억원대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이는 정황도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과 시장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 김 회장은 큰 손으로 통합니다.

[부동산 개발 관계자 : 회사가 하나야, OO라고, 1000억 넘게 들어간 걸로 만 평 정도 돼. 김 회장이 여기에 굉장히 크게 투자를 한 건 맞아요.]

김 회장이 거액을 체납하면서도 각종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삼성동에 있는 빌딩입니다.

인근에 현대차 본사가 들어서기로 하면서 현재 시세만 200억원이 넘습니다.

등기부 등본상 해당 건물은 부동산 개발업체 D사와 식품회사 김모 회장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D회사 대표라는 이모씨는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아 직원들도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회사 관계자 : 사업자등록증이나 등기부 등본 대표이사로는 이모씨로 돼 있더라고요. 회사에서 실질적으로는 김 회장이 다 하고 있죠.]

김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자라고 인정하면서도 차명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김 회장 : 회사에 대표는 있지만, 봉급 받는 사람이지요. 법인은 주주가 주인이죠. 회사 주인은 접니다. 모든 책임과 모든 사업은 제가 하는 겁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을지로의 또 다른 부지를 자신의 가족 명의 회사로 사들인 것이 세무당국에 확인돼 해당 부동산이 최근 압류됐습니다.

세금 낼 돈이 없다는 김 회장은 현재 어디에 살고 있을까.

저녁 10시쯤 김 회장이 VIP 공간에 주차된 차에 오릅니다.

그가 향한 곳은 강남의 타워팰리스입니다.

이 아파트 명의 역시 삼성동 빌딩 등본에 등장하는 이모 씨가 대표로 있는 D회사입니다.

[김 회장 : (타워팰리스 계시잖아요?) 그건 OOOO 명의로 돼 있는데 (거기 계시는 거고?) 아니, 왔다 갔다 하는 거고. (회장님 제가 거주하시는 걸 확인했는데요.)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 거죠.]

김 회장은 현재 일부 직원 월급까지 체불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 회사 전 직원 : 저도 체불이 되서 노동청에 저도 진정을 했고요. 다른 분들도 임금을 못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직원들 밀린 월급 좀 받게 해주세요.]

국세청은 올 초 김 회장의 사업 등에 대한 제보를 받아 현재 자금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회장은 지금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세금을 내겠다고 말합니다

[김 회장 : 저는 10원도 안 쓰면서 세금도 1억씩 돈 생기면 냈어요. 단 10원도 빼돌린 적 없어요. 정말로. 사업을 해서 또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희망을 가지고 더 잘 돼 나가려는 과정에서 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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